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세안10개국을가다]이슬람 금융 선도하는 말레이

시계아이콘02분 00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상업 중심지에는 여느 선진국 대도시 못지않게 초고층 빌딩들이 만들어낸 스카이라인이 펼쳐져있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88층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KL타워 등도 화려하지만 최근 랜드마크로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도심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CIMB, 메이뱅크 등 이슬람 금융기관의 간판이 자리 잡고 있는 빌딩들이다. 이슬람 금융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위용을 거리에서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다.


[아세안10개국을가다]이슬람 금융 선도하는 말레이
AD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슬람 금융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내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산업이다. 2017년 기준 이슬람금융국가지수(IFCI)에서 말레이시아는 총점 79.25를 획득,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지킬 만큼 이슬람 금융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이슬람 금융시장은 2000년대 이후 연평균 15%의 급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2014년 이미 2조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를 갖췄다. 아시아는 물론 영국과 홍콩에 이어 룩셈부르크, 더블린, 두바이, 쿠알라룸푸르 등이 글로벌 수쿠크 허브로 부상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아세안10개국을가다]이슬람 금융 선도하는 말레이 말레이시아 거리에서는 히잡을 쓴 여성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출처=노미란 기자)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입각한 금융 시스템으로 금융거래에서 이자 및 이자로 판단되는 모든 종류의 추가적 이익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 기업 지분 등을 담보로 하는 투기 행위가 불가능하고 도박, 마약, 술 등을 다루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기존 금융 시스템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대신 파트너십 형태로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허용된다. 대표적인 이슬람 금융상품인 수쿠크는 이슬람 채권으로 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채권 소유로 발생하는 이득을 지분에 맞춰 부동산 등으로 지급한다.


말레이시아가 본격적으로 이슬람 금융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된 계기도 2001년 중동에서 이 수쿠크 채권을 처음 발행하면서부터다. 2016년 기준 말레이시아는 총 347억달러의 수쿠크 채권을 발행해 전 세계 수쿠크 발행시장의 46.4%를 차지하면서, 수쿠크 발행 1위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쿠크 채권 최대 발행 국가인 만큼 관련 기준 제정에도 적극적이다. 2015년 8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수쿠크의 한 유형인 무라바하(Murabahah)에 대한 '샤리아 교육지침(Educator's Manual)'과 '실질운영기준(Practical Operational Standards)'을 제정해 발표했다. 금융회사가 고객 대신 주택이나 차량, 가전제품 등을 구입한 뒤에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고 임대를 하는 임대방식 채권을 명문화한 것이다.


전 세계 주요 이슬람국가 중앙은행들의 통합기구인 '이슬람 금융서비스 위원회(IFSB)'가 말레이시아에 자리 잡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2002년 바레인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IFSB 유치에 성공했다.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이란, 쿠웨이트 등 34개국 185개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해 이슬람 금융 산업 전반을 감독, 규제하는 IFSB에는 한국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2008년 공동으로 가입한 상태다.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IFSB에서 만난 자히드 우르 레흐만 코커 IFSB 부총장은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은 이슬람 금융이 투자 수익을 적게 낼 것이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슬람 금융의 가장 큰 차별점은 돈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위험이 같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종교적인 색깔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에는 이슬람 금융 대신 '무이자 참여형 대안 금융'으로 접근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 중국은 물론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세안 회원국도 최근 이슬람 금융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세안10개국을가다]이슬람 금융 선도하는 말레이 말레이시아의 대표적 이슬람금융기관인 메이뱅크(사진출처=노미란 기자)


이슬람 금융을 바탕으로 한 말레이시아계 민간 금융사도 눈부신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2015년 기준 165개의 이슬람 은행과 11개 이슬람 보험사가 영업 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금융사는 투자은행(IB)인 CIMB그룹으로, 전 세계 17개국에 1062개 지점과 4만명을 웃도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CIMB그룹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 집중된 전 세계 영업망을 통해 13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 중이다. 2007년 인도네시아의 니아가은행(Bank Niaga)과 리포은행(Lippo Bank), 타이은행(Bank Thai) 등을 차례대로 인수하면서 역내에서도 입지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에도 진출했으며 글로벌 수쿠크시장에서 54억달러 발행하면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이슬람 금융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 내 최대 수쿠크 발행은행인 메이뱅크와 RHB은행도 이슬람금융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