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캄보디아에 피어난 한국 디지털 금융, KB국민은행
'리브 KB캄보디아' 작년 출시
현지 최대 아클레다銀과 협력
해외 송금 서비스시장 확대
박용진 법인장 "2020년 5위로 도약"
[프놈펜(캄보디아)=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섭씨 35℃ 찌는 듯한 더위의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불교와 프랑스 식민지의 영향으로 동ㆍ서양의 사고방식과 건축양식이 혼재돼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캄보디아의 경제력은 국내총생산(GDP) 210억 달러, 세계 110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8%대에 달하는 고속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캄보디아를 주목하는 이유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캄보디아 러시에 나선 배경에는 이곳 만의 독특한 문화도 작용했다. '아버지가 빚을 남기고 돌아가시면 지옥에 간다'는 불교적인 사고로 인해 금융사 연체율은 단 2%에 불과하다. 자식들이 돈을 빌려서라도 반드시 부친의 빚을 갚는다는 것이다. 부모ㆍ자식간에도 돈을 빌려줄 때 연 이자 5%는 꼭 받고, 통장을 만들때 수수료를 내는 것이 이 나라의 상식이다.
독특한 문화를 가진 탓에 금융 플레이어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반도 면적의 80%, 인구 1600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금융회사만 123개다. 상업은행 37개, 특수은행(대출ㆍ송금) 15개, 소액금융회사 71개에 달한다.
한국계 금융사에서는 신한크메르은행,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부영크메르은행, 프놈펜 상업은행(아프로서비스그룹-전북은행),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 웰컴MFI 등이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한국계 금융사는 지난해 자산성장률 77%를 기록하며 급성장한 KB국민은행 캄보디아다.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장은 "캄보디아는 최근 보험회사들이 성장을 시작했고, 예대 금리차가 6%에 달해 큰 기회가 있는 곳"이라며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오는 2020년 까지 현지 금융업계 35위권(총 123곳)에서 5위 까지 도약할수 있다"는 중장기 비전을 밝혔다.
국민은행은 2009년 캄보디아에 처음으로 깃발을 꽂았다. 그해 프놈펜 중심지인 다운펜에 법인 본점을 개설했고, 2013년 뚤꼭 지점, 올해 2월 뚤뚬붕 지점의 문을 열었다. 오는 10월에는 떡뜰라 지점에 이어 내년에도 2개 지점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이 캄보디아에서 무조건 점포 늘리기에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 IT 수준이 디지털 금융을 확대하는데 적합한 만큼 모바일 뱅킹을 선보이고 있다.
캄보디아는 전국민의 80%가 35세 미만, 평균 나이 25세인 젊은 나라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은 신용카드는 몰라도, 애플리케이션(앱)에는 익숙하다. 현지 젊은이들은 대부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메신저를 깔아놓고, 모바일로 활발하게 소통한다.
기자가 프놈펜 시내 카페나 음식점 어느 곳에 들어가도 와이파이를 이용해 한국과 다름없이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체감상 한국 보다 와이파이 보급이 더 잘 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다.
이같은 IT문화를 바탕으로 국민은행은 금융 생활 플랫폼인 '리브'를 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리브 KB 캄보디아'라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현지에서 출시했다. 계좌이체와 간편 해외송금 등 금융 서비스는 물론 캄보디아 공용어인 크메르어를 포함한 3개국어 채팅과 선불휴대폰 충전 등 현지 특성에 맞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 법인장은 "리브 KB캄보디아는 향후 서비스를 확대해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현지에서 리브 KB 캄보디아 앱을 통한 해외송금서비스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연간 1만명의 근로자가 한국으로 취업한다.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송금되는 돈은 공식으로 집계되는 규모만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2억6000만 달러다. 이중에서 국민은행을 통한 송금이 1억2000만 달러다.
이제는 리브 KB 캄보디아 앱을 활용하면 한국에 있는 캄보디아 근로자들이 은행 방문없이 한국에서 앱만으로 캄보디아로 실시간으로 송금이 가능해졌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 현지 최대 은행인 아클레다 은행(Acleda Bank)과 협력해 한국에서 리브 캄보디아 앱으로 송금한 돈을 지역 곳곳에 있는 아클레다 은행을 통해 바로 출금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국민은행은 리브 KB 캄보디아의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ㆍ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대출신청이 가능하고, 점포에서도 이 앱만 있으면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캄보디아인들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박 법인장은 "심장병 어린이 지원, 장학재단 기부 등을 통해 현지인들과 함께 발전하는 은행이 될 것"이라며"캄보디아 고객들이 이익이 나고 직원들이 행복한 은행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