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외부일정 비우고 정상회담 준비
한미동맹 재확인…사드·FTA·방위비 등 변수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주말도 반납한 채 일정·의전 등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문 대통령은 6·25전쟁 67주년인 25일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한미정상회담에서 던질 메시지 등을 일일이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은 오늘 공개 일정이 없다"며 "한미정상회담 관련한 보고를 받고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외교 데뷔전이기도 한 한미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부가 준비해 온 내용을 검토해 확정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잇달아 가진 외신 인터뷰에서 외교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분위기를 띄어왔다. 문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큰 틀에서 미국과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 조건 등 각론에선 온도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또한 취임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임기 초반인 점을 감안, 양국 모두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등 문제를 놓고 허를 찌르는 변칙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추진되면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문 대통령은 3박5일 동안 ▲백악관 환영 만찬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펜스 부통령 등 미 행정부 주요 인사 면담 ▲미 의회·학계·경제계 관련 행사 ▲동포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인 만큼 외교 현안에 대한 입장 뿐 아니라 복장, 선물 등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동선과 배석자 등 세부 의전과 정상회담·만찬·간담회 등에서 대통령 내외가 착용할 복장 등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도 관심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선물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정상회담을 기념할 수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치를 담아야 하고 상대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취 장식이 된 은제 사진액자를,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에게는 한국요리 책자를 선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첫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에게 백자 사면합(四面盒) 한 세트를, 딕 체니 부통령에게는 청화백자 오리 1쌍을 선물로 전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고려시대 전통 활인 각궁(角弓)을, 당시 결혼을 앞둔 부시 대통령의 둘째 딸 제나 부시를 위해 나무 기러기 한 쌍을 준비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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