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초고층을 꿈꾸던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6ㆍ19부동산 대책 이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 분양 가구수에 제한을 건데 이어 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을 확정지어서다. 인근 중개업소에는 매도 문의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2000만~3000만원씩 호가 하향 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21일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던 잠실주공5단지가 안건에서 제외됐다. 정비계획안 수정에 대한 서울시와 조합간 이견이 장기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올해안에 관리처분계획을 받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던 조합의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추가 유예를 검토한 적은 없다"고 공식 선언한 상황이라 '혹시모를 유예'를 바랄 분위기도 아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인가에서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려면 시공자 선정, 조합원 분양 신청, 관리처분총회 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다음달 중 안건으로 올라간다하더라도 5개월내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빠듯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조합은 교통 혼잡을 피하고자 단지 중앙에 도시계획도로를 만들라는 서울시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대신 준주거지역에 최고 50층 주상복합 6개동과 40층 호텔ㆍ오피스 1개 동 등 총 7개동의 초고층 건물을 짓는 안을 제안했다. 지난주 이 안건에 대해 서울시가 소위원회를 통해 자문에 나섰지만 사업 규모가 거대해진 탓에 조율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6ㆍ19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매수 움직임이 사라지면서 조합원들의 불안감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재건축 조합원 주택 공급수 제한' 탓에 현재 2~3가구씩 보유한 조합원들은 잔여 주택을 현금청산 받거나 관리처분계획 인가 전까지 팔아야 한다. 인근 A공인 대표는 "이번 정책 발표 향후 부담해야 할 세금 규모와 매도 시점을 묻는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며 "2개 이상의 물건을 보유한 일부 집주인들은 호가를 낮춰 물건을 내놓는 등 시장 분위기를 떠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15억 중반대에서 거래되면 76㎡(전용)는 최근 14억 후반대로 몸값이 조정되는 등 많게는 5000만원 이상씩 떨어졌다.
주거지 내 50층 건립을 통해 '대박'을 기대했던 은마아파트도 매수 문의가 사라진 모습이다. 시장 점검에 나선 정부 탓에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는 아직도 문을 닫았지만 "사겠다"는 투자자나 실수요자는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아직 조합 설립조차 되지 않아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각오하고 있는 상태지만 이번 대책으로 조합원 보유제한까지 걸리며 매수자 우위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가 내 B공인 대표는 "법안이 발의돼야하는 등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새 정부의 첫 대책인 만큼 추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일부 집주인들은 값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2000만~3000만원씩 몸값을 줄여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6ㆍ19 대책이 본격 추진되는 내년을 피하기 위해 올 하반기께 조합원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추가 규제책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에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최근만 하더라도 잠실동과 대치동 일대 대규모 재건축 단지는 1~2개월새 매매값이 하향 조정됐다.
조민이 리얼투데이 팀장은 "보유 제한으로 시장에 떠밀려 나온 조합원 물량이 전체 집값을 떨어뜨리지는 못하겠지만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에 대한 정부 입장이 확고해진 만큼 상승세를 누르는데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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