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19일 0시를 기점으로 영구정지에 들어간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2032년까지 해체작업을 완료하게 된다. 해체비용은 당초 정부가 추산한 6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원전에서 반출한 사용후핵연료(핵쓰레기)를 처리할 폐기장은 여전히 확보되지 않아, 향후 난관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영구정지 행사에서 ▲해체계획서 마련 및 승인(5년)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반출(8.5년) ▲시설물 본격해체(8.5년) ▲부지복원(2년) 등 15년6개월간의 해체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공식화했다.
고리 1호기는 사용후핵연료를 제거한 뒤 일정기간 원전을 유지해 방사능 준위를 낮춘 후 해체하는 ‘즉시해체’ 방식을 택했다. 우선 내년 상반기 내 해체계획서 초안을 마련한 후 주민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 2022년6월까지 승인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일단 원전 내 습식저장소(수조)에 5년간 냉각한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지난 40년간 고리1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1391다발에 달한다. 로드맵 상에는 내년부터 건식저장시설 확보를 위해 지역과 협의를 시작하고 2024년까지 건설한 후, 2025년 1월부터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설물에 대한 본격적인 해체 작업이 시작되는 것은 2022년6월부터다. 2030년12월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2031년1월~2032년12월에는 부지복원, 부지조사 등이 진행된다.
특히 정부는 고리 1호기의 해체 노하우가 국내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적인 해체시장을 발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딜로이트 등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해체에 들어가는 원전은 2020년대 183기, 2030년대 이후 216기 등이다. 원전해체에 소요되는 비용만 2014년 기준으로 총 44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현재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뿐이다.
1979년 입사 후 고리원자력본부에서만 33년을 일해 온 박지태 발전소장은 “고리 1호기 발전설비는 새 설비와 성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해체산업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고리1호기 해체에 총 643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밀폐관리와 철거에 3918억원,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에 2519억원 등이다.
로드맵 발표에도 고리 1호기 해체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상세한 내용이 담긴 해체계획서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핵발전소의 해체 과정에서는 분진, 폐수 형태로 많은 양의 핵폐기물이 발생하고, 방사성물질 누출, 근로자 피폭 등 예측불가능한 사건·사고가 많기 때문에 치밀하게 해체계획서를 작성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원전 작업자들이 사용하던 장갑과 걸레 등 중·저준위 폐기물은 2015년 문을 연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옮겨 저장하면 되지만,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시설은 아직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2035년 이후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사회적 갈등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에너지정의 관계자는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25기의 핵발전소 중 절반에 해당하는 12기의 핵발전소가 2029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난다"며 "고리 1호기 영구정지는 탈핵으로 나가는 첫 단추가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리=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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