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우리나라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를 30시간가량 앞두고 원자로 가동을 정지(미임계)했다. 고리 1호기는 18일 자정(24시)부터 공식적인 영구정지에 들어간다. 1977년 6월 19일 첫 발전을 시작한 지 40년 만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7일 오후 6시 부산광역시 기장군 고리 원전 1호기의 터빈발전기를 수동정지한데 이어, 오후 6시38분 원자로를 정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00도에 달하던 원자로 온도는 냉각제의 힘으로 서서히 내려간다. 18일 자정 90여도까지 떨어지면 '저온 정지상태'에 이르러, 원전 영구정지 판정이 내려진다.
부산 기장군에 세워진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29일 본격적인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지난 40년 동안 15만5260GWh(기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했다. 2007년 30년 수명을 다했지만 안전 점검을 거쳐 수명을 10년 연장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폐로(廢爐)’ 논의가 본격화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한수원에 권고했다.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는 핵연료를 냉각한 뒤 안전성 검사를 거쳐 5년 뒤인 2022년부터 본격적인 해체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고리 1호기 부지 복원과 최종 부지 상태 조사, 해체 완료 보고 등을 거쳐 최종 폐로까지는 약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체 비용은 최소 6000억원에서 1조원 상당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기념하는 행사는 오는 19일 오전 개최된다. 원전이 영구적으로 문을 닫는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한수원 관계자는 “안전한 원전 해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를 시작으로 새정부의 정책기조인 '탈원전' 로드맵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원전제로' 국가를 선언하고, 탈핵 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을 공약한 바 있다.
2012년 설계수명을 다한 월성1호기가 두번째 영구정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월성1호기를 포함해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총 12기다.
현재 건설중인 원전에 대한 중단 계획 등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짓거나 계획 중인 원전은 신고리 4호기 등 공정률 90% 이상인 원전을 포함해 총 11기다. 착공전인 신한울 3ㆍ4호기 등은 백지화될 여지가 많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고리 5ㆍ6호기는 공정률 27.6%로 이미 1조5242억원이 투입돼 건설 중단을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저발전 역할을 하는 석탄발전과 원전의 비중 축소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국내 발전 전력량 가운에 원전(30.7%)과 석탄화력발전(39.3%)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새 정부는 취임 후 탈원전에 앞서 노후석탄화력발전소의 셧다운 등을 발표하며 '탈석탄' 정책을 본격화했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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