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게재용 논문 논의 과정에서 이견… 교수는 처벌 원치 않아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연세대에서 교수를 타깃으로 일어난 '텀블러폭탄' 사고의 피의자는 교수에게 꾸중을 듣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1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연세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김모(25)씨는 "평소 연구 지도과정에서 의견 출동이 있을 때 심하게 질책한 김모(47) 교수에게 반감을 가졌다"며 "특히 지난달 말 학술지에 게재하기 위해 자신이 작성한 논문에 대해 크게 꾸중을 들은 뒤 범행도구를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 진술에는 '욕설'이라고 표현했지만 일반적인 욕설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교육적 의도'로 김씨와 대화했다"며 "김씨에 대한 처벌은 원치 않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 13일 자신이 직접 만든 폭발물로 같은 학과 김 교수의 목과 가슴, 양 손 등에 1~2도 화상을 입힌 혐의(폭발물사용죄)를 받고 있다.
당시 김 교수는 제1공학관 4층 연구실 출입문에 걸린 쇼핑백을 발견하고 방에 들어가 내용물인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갑자기 폭발했다고 진술했다. 목격자들도 "택배 상자를 열었는데 갑자기 폭발했다. 작은 나사들이 튀어나왔다. 테러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테러 의심 사고로 당시 건물 일대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제1공학관 건물은 출입을 금지하는 폴리스라인 등으로 통제됐다. 건물 앞 도로는 군과 경찰 차량 수십대로 가득 찼다.
인근 군부대의 대테러 위험성폭발물개척팀과 화생방 신속대응팀 병력과 경찰의 특공대 및 폭발물 감식·처리 요원, 과학수사팀 등 까지 투입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난 4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사건에서 일명 '못 폭탄(nail bomb)'이 등장한 사실을 접하고 범행을 구상했다. 경찰은 김씨가 하숙방에서 텀블러에 나사 수십개를 넣은 폭발물을 직접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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