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통일연구원 개성공단 재가동 정책제언 방향타 역할 가능성
보고서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은 정부 인식 여부에 영향"
통일부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한 것" 진화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내정 직후 첫 일성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언급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 후보자가 견해를 제시한 것이어서 '의지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는 13일 청와대의 인사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은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통일부가 밝힌 입장과 결이 다르다. 통일부는 공식적으로 "북핵 폐기 절차가 진전돼야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즉 부처가 북핵 폐기라는 선결조건을 내건 반면, 조 후보자는 공단 재가동이라는 목적을 앞세운 것이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그동안 개성공단에 대해 나름 학습해왔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관심은 조 후보자가 개성공단 재가동에 의지를 갖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 풀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개성공단을 가로막고 있는 요소는 거대하다. 북한의 도발은 여전히 위협적이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또 유엔(UN) 등 국제기구가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개성공단 조업 재개의 필수 선결조건이다.
최근 통일부와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개성공단 운영실태와 발전방안: 개성공단 운영 11년의 교훈'이라는 보고서가 조 후보자의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이끌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개성공단 탄생부터 조업중단을 비롯해 재개를 위한 정책과제 제언 등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인식 변화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 정권의 성격 차이에 따라 개성공단 접근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개성공단을 통해 북측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핵개발에 사용될 수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면 제재의 대상이 되지만 개성공단에서 지급되는 임금이 근로자 생계를 위해 사용된다는 점으로 접근하면 제재의 대상에서 비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의 대북제재결의 2270호가 북한주민의 민생은 제재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 정식 임명될 경우 북한 근로자 임금 사용의 투명성 보장과 같은 개성공단과 북한인권문제를 연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조 후보자가 주변국 설득을 위해 외교부와의 협업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대북제재의 핵심목표 가운데 하나가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행위를 중단하도록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의지 표명과 함께 개성공단 재가동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도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일부는 다만 조 후보자의 '개성공단 재개' 발언에 대해 아직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한 당국자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한 것이지, 어떤 목표를 갖고 발언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당국자도 "장관 임명 직후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작업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거들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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