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동양생명을 포함해 거침없는 해외 인수·합병(M&A) 행보로 주목 받은 중국 안방보험그룹의 창업자 우샤오후이 회장이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최근 우 회장을 둘러싼 당국의 조사설과 출국 금지설 등이 불거진 가운데 나온 결정으로, 사실상 피의자 신분임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회사 웹사이트에 낸 성명에서 "우 회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 회장의 권한은 다른 임원진에 위임했고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중국의 유력 경제 주간지인 차이징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8일 중국 당국이 우 회장을 연행했으며 이튿날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 측에서 안방보험을 찾아와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단독 보도했다.
차이징은 여러 경로를 통해 우 회장의 조사 소식을 얻었으며 우 회장이 어떤 이유로 연행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몇 시간 만에 웹사이트에서 삭제됐다. 블룸버그는 차이징과 보감회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고 했다.
우 회장의 체포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소식통은 SCMP에 "우 회장이 전에는 당국의 조사에 협조한 뒤 몇 시간 만에 사무실이나 자택으로 귀가했지만 지난 주말 연행된 뒤로는 복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안방보험의 공격적인 해외 M&A에 따른 자본 유출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본다. 안방보험은 지난 2014년 미국 뉴욕에 있는 힐튼의 최고급 호텔 월도프아스토리아를 19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잇따라 대형 M&A에 성공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카이위안 캐피털의 책임자 브록 실버스는 "우 회장에 대한 체포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국 보험 분야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안방보험이 해외 M&A 무대에서 큰손으로 활약할 능력이 있는 지는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우 회장을 신변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올 가을 제19차 당 대회를 앞둔 중국 공산당 내 권력 투쟁설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 회장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의 손주사위로 유명하다. 안방보험은 중국 10대 원수 가운데 하나인 천이(陳毅)와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가문과도 깊은 관시(關係·관계)를 맺고 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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