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 중요한 경기에 새 얼굴을 발탁하고 기용하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선수가 기대만큼 활약해줄 지 알 수 없기 때문.
황일수(30·제주)는 달랐다. 그는 연령별대표팀을 거치지 않고 이달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지만 준비된 선수였다. 황일수의 맹활약은 카타르와의 경기를 본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장면이다.
황일수는 14일(한국시간)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리그 원정경기에서 후반 7분 교체로 출전해 약 42분을 뛰었다.
팀이 0-2로 지고 있던 상황.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황일수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황일수는 대표팀의 공격을 바꿨다. 그를 넣은 선택이 아깝지 않았다. 황일수는 카타르의 좌우 공간을 파고들면서 한국이 카타르 골문으로 한 발 더 전진할 수 있도록, 공격 첨병이 됐다.
후반 11분 황희찬(FC레드볼 잘츠부르크)의 동점골을 도왔다. 황일수는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딩 패스, 황희찬이 발만 갖다 대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황일수는 후반 14분에도 혼자서 공을 전방으로 쳐 놓고 단독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등 시원스러운 공격을 했다. 한국 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했던 장면들. 그것을 황일수가 앞장 서서 했다.
황일수는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올 시즌 활약을 기반으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그는 1987년 8월 8일생으로 만 30살을 바라보고 있다. 정확히 29살 303일에 지난 8일 이라크와의 친선경기를 뛰며 A매치에 데뷔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령 A매치 데뷔 순위로 여섯 번째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는 어느 신인보다 넘치는 패기와 근성을 보여줬다. 그만의 스타일로 대표팀에서 희소가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현 대표팀에는 중앙으로 좁히는 날개 공격수들이 대부분. 황일수는 직선적인 타입이다. 유럽, 남미에도 같은 유형의 선수들이 많다. 헤수스 나바스(스페인), 안토니오 발렌시아(에콰도르) 등. 감독들은 이러한 선수들을 적절히 활용해서 최상의 전술적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대표팀도 황일수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황일수를 계기로 더 많은 새 얼굴을 찾아야 한다. 한국 축구는 위기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를 앞두고 본선으로 직행하는 A조 2위가 불안하다. 변해야 산다. 황일수와 같은, 새얼굴의 발탁이 가능성을 열어줄 지도 모른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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