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답변 시한 연장을 검토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9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상표권 허용 여부를 논의했다. 상표권료 인상을 전제로 한 '조건부 허용'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은 상표권 허용 안건으로 이사진 8명을 소집해 비공개 이사회를 열고 상표권 허용 여부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채권단이 압박하고 있는 상표 사용을 허용하되, 상표권료 인상 등을 채권단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 등기임원들에게 긴급이사회 소집을 통보했다"면서 "상표권 사용료 등에 대한 의결을 거쳐 채권단에 답변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만 해도 답변 시한 연장 요청을 검토했던 박 회장이 이날 입장을 바꾼 것은 채권단의 분위기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답변 연장 요구가 '시간 끌기'라는 채권단의 강경한 태도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앞서 지난 5일 산업은행은 금호 상표권을 연결매출액의 0.2% 요율로 20년간(5년은 확정적 15년은 선택적) 사용하는 것에 대한 허용 여부를 이날까지 회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금호산업에 보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금호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달 말 만기인 1조3000억원 차입금에 대한 3개월 만기 연장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여전히 박 회장은 상표권에 대한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산업은행과 더블스타간 합의된 계약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년간 상표권 사용 요율 인상 없이 현재와 동일한 조건으로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무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직 사퇴와 우선매수권 박탈 등 박 회장이 입게 되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상표권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산업은행이 협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1분기 실적이 '비정상적'으로 악화돼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1분기에 매출 6693억원, 영업손실 2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금호타이어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법인 5개는 245억원의 적자를 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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