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최근 우리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서 수출기업 비중은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다.
내수에 머무른 기업은 수출기업에 비해 생산성 향상과 연구개발 투자 등 혁신유인이 미흡해 고용창출능력과 성장률이 낮다. 또한 내수기업과 수출기업의 이원화는 우리 경제혁신의 장애요인이 되고, 수출 증가가 내수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파급효과가 약하다. 무역협회의 조사를 보면 수출기업은 내수기업에 비해 고용증가율은 3.8배, 1인당 매출액은 2.3배, 1인당 매출액 증가율은 1.6배, 1인당 임금 상승률은 1.6배 더 높다. 내수기업이 수출기업으로 되면 수출과 일자리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해당 중소기업의 발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해외 마케팅 인력 부족, 바이어 발굴, 자금 부족, 환리스크 등 각종 애로로 인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구실용 소형 정밀제어시스템에 특화된 벤처기업 A사도 그런 예다. 이 회사는 10명의 엔지니어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으로 수출에 대한 막연한 관심은 있으나 내수시장에 집중하다 보니 수출은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한 일본기업으로부터 구매오퍼를 받자 수출을 본격 추진했다. KOTRA의 자문을 받아 수출진행했던 A사는 몇 차례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질렀다. A사는 첫번째 거래부터 일본 바이어에 대금을 전액 선수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거래 경험이 전무한 중소기업에 수출대금을 먼저 입금한다는 것은 수출계약관행과 동떨어진 일이다.
거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A사의 SOS를 받고 KOTRA에서는 대금결제 조건을 세 단계별로 나눠 바이어에 제시해보라고 권유했다. 우선 선수금 비율을 50%수준으로 낮춰 제안했지만 바이어가 거절했다. 잔금 지급시점을 생산 완료시점에서 장비에 대한 시험운전 및 검수확인 후 선적 서류와 맞교환하는 방법으로 제안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지막 3단계는 은행을 통해 믿고 거래하는 신용장 거래를 제안했다. 결국 어느 한 쪽이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전신환송금(T/T) 보다는 은행 수수료가 추가 되더라도 상호 위험 부담이 적은 신용장 개설하기로 합의 봤고 첫 수출에 성공했다. 특히 기술에 있어 깐깐하기로 유명한 일본으로의 첫 수출은 세계 시장에서의 기술력 인정은 물론 여타 국가들로의 수출 가능성도 가늠해 볼 수 있기에 향후 제 3국으로의 수출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A사와 같이 차별화된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한 내수기업이 별도의 해외마케팅 없이 바이어에게 주문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다. 수출 경험이 부족한 내수기업이 첫 거래에서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면, 상대 바이어에게 100% 선입금 조건을 고수하는 등 상대측에 무리한 요구를 해 거래가 결렬되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해외 바이어와의 첫 거래는 상호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 서로의 입장을 고려한 유연한 거래 제안 전략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상호 위험 부담이 적은 신용장 거래가 가장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기업이나 수출 초보기업들이 바이어와 거래 진행 중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자의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기 보다는 수출 경험이 많은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렵게 느껴지던 수출도 의외로 쉽게 풀 수 있다.
김윤호 KOTRA 무역투자상담센터 수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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