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심장부 테헤란 동시다발 테러에 "사우디와 美 연관" 복수 언급
현재까지 13명 사망하고 40여명 부상
테러와 카타르 단교 상황 겹치며 역내 갈등 최고조
터키가 카타르 편들기 나서며 중동 둘러싼 국가별 셈법 복잡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아랍 국가들의 카타르 단교 조치에 이어 이란 심장부가 자살폭탄 테러에 노출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란은 7일(현지시간) 테헤란의 국회의사당과 국부로 칭송받는 이맘 호메이니의 영묘에서 발생한 총격·자살폭탄 테러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연관돼 있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첨예한 갈등을 예고했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테러리스트의 소행은 미국대통령이 테러를 지원하는 중동의 반동 정부(사우디)의 지도자를 만난 뒤 1주일 만에 일어났다"며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가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것은 그들(미국과 사우디)이 이에 개입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의해 국가 심장부를 저격 당한 이란은 '복수'를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호세인 살라미도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민을 순교자로 만든 테러리스트와 추종자들에게 복수할 것"이라며 무력 대응을 시사했다. 그동안 이란은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와하비즘을 신봉하는 사우디 왕가가 테러조직인 IS와 알카에다를 후원하고 있다고 주장해왔고, IS는 테헤란 테러 발생 직후 보란듯이 자신들이 범행 배후에 있다고 자처했다.
이란 경찰은 현재까지 13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한 이번 테러 관련 용의자 5명을 체포해 수사 중이다.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번 테러에 대해 알지 못하며 자국 배후설은 근거가 없다"며 이란 측 주장을 일축하고 나섰지만 양측의 팽팽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테러는 카타르에 대한 아랍 9개국의 단교 선언으로 후폭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 발생해 이 지역 국가관계에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이들 국가는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점 등을 단교 배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단교로 육로와 해상 등이 가로막혀 고립 위기에 처한 카타르는 생필품 사재기가 일어나며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터키가 카타르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동을 둘러싼 각국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카타르에 대한 지지를 공식 표명했고 터키 의회는 카타르 내 터키 군병력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터키는 또 항공을 통해 카타르에 생필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편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날 아랍권 국가들의 단교 조치가 카타르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단교 조치 후 카타르 통화인 리얄 가치는 11년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고 증시 역시 나흘간 10% 가까이 추락하며 2009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국제문제 전문가 프리다 기티스는 CNN에 "카타르가 (단교로 인해) 심각한 정치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가운데 발생한 테헤란 테러는 아랍 국가들간의 격렬한 정치적 불화가 분출한 사건"이라며 중동 지역의 국가간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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