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오현길 기자]문재인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해 기대하고 있는 공공부문 등에서의 11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는 핵심 국정과제 '일자리 81만개 창출'의 '마중물'격이다. 일자리를 전면에 내세운 역대 첫 추경이기도 하거니와 소득주도 성장의 시험대인 셈이다. 하반기 추경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봇물을 터뜨리고 그 기세를 내년으로 이어가면서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기대만큼 일자리 창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공무원 1만2000명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 7만1000개의 경우 올 하반기 추가 채용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일자리 창출 효과는 사업별 재정 집행 속도, 민간의 반응속도 등 다양한 여건에 따라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정권이 교체되면 언제든 흐지부지될 수 있는 일회성 정책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 채용 후에는 퇴직까지 길게는 30여년간 인건비가 고스란히 정부와 공기업, 민간기업에게 부담으로 남게된다.
특히 민간부문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의지를 얼마나 따라줄 것인지가 미지수다. 4차 산업혁명으로 고용이 위기에 처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전개 과정에서는 노동을 포함한 생산요소의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소멸하는 일자리에서 방출되는 인력과 새로운 일자리 출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무원 증원이 불러올 '나비효과'도 변수다. 이번 추경에서 공무원 증원은 1만2000명으로, 전체 기대 일자리 수의 10%에 달하지만 예산은 단 80억원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들을 채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내년부터 반영되기 때문이다.
올해 추경 효과로 표현됐지만, 정작 큰돈은 내년부터 들어가는 셈이다. 이들에게 투입될 재정은 추계 결과 연 12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중장기(5년)기준으로, 향후 보수가 인상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게다가 이마저도 전체 1만2000명에 대한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채용하는 4500명에 대한 비용이다. 지방정부가 채용하는 공무원은 7500명으로, 중앙정부의 1.6배다.
물론 중앙에서 고용하는 공무원은 경찰(1500명), 부사관ㆍ군무원(1500명), 근로감독관ㆍ집배원ㆍ인천공한 제2터미널(1500명) 등 4500명이며, 지방정부가 고용하는 공무원은 사회복지공무원(1500명), 소방관(1500명), 교사(3000명), 가축방역관ㆍ재난안전 등 현장인력(1500명) 등 7500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비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앞으로가 진짜 문제다. 기재부가 추산한 연 1200억원은 향후 5년간의 중장기를 바탕으로 추산한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의 인건비는 경제둔화로 인해 민간부문이 연봉을 동결할 때도 연평균 3%씩 꾸준히 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 뽑는 인력은 (관료직)공무원이 아닌, 소방ㆍ사회복지 등 꼭 필요한 공무원"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보다 우리 공무원 비중이 낮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증원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의식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에 "현재 7%인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역설하며 공무원을 더 뽑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국가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될 공무원 고용을 늘리는 것이 지속가능한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이미 공무원연금은 군인연금과 함께 지난해 3조800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이 규모는 2025년 9조7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 공무원들에게 들어갈 미래 연금액을 추산한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는 지난해 600조50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68조7000억원 증가했다. 국가부채(1433조원)의 41%에 달한다.
세종=이지은 오현길 기자 leezn@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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