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반기문 전 총장과 오찬 회동… “외교 경험·지혜 빌려달라”

문재인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총장과 오찬 회동
"한미동맹이 초석…미국과 긴밀한 자세 보여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오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제공: 청와대)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이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과 만나 새 정부의 외교정책 수립 등에 도움을 요청하며 "경험·지혜를 빌려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반 전 총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국내 정치는 소통 하면서 풀어가면 되지만 외교 문제는 걱정"이라며 "당면 과제는 반 전 총장이 경험과 지혜를 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오에 시작된 오찬은 예상보다 50분 길어진 오후 1시50분까지 이어졌다.

반 전 총장은 "외교도 국민의 총의를 참작해서 풀어가면 된다"며 "외교는 상대방이 있어 어려움이 많이 따르게 돼 있는데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정중하면서 담담하게 임하는 게 좋다"며 "한미동맹이 초석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아울러 "북핵이라는 한미 간 공통분모를 잘 활용하는 게 좋겠다"면서 "포괄적 단계적 근원적으로 북핵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은 미국과 같은 입장"이라고 조언했아. 그러면서 "북한 문제 관련해서도 초반에는 미국과 긴밀한 협의·원칙적 자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대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일도 중요한데, 이산가족 상봉, 인도적 접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활용하는 등 이견이 적은 비정치적 방법을 활용하는게 좋다"면서 "해외 인터뷰를 활용해 대통령의 생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컨트롤 타워 설립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외교 정책 수립과 현안에 많은 조언 부탁한다"고 말하자, 반 전 총장은 "말씀 안 하셔도 연설이나 세미나로 입장 전파하고 있고 언제든 대통령과 새 정부의 자문 요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 앞서 청와대 본관 1층까지 내려가 직접 반 전 총장을 맞이하며 예우를 갖췄다.

문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두루 의견을 교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외교 일반에 관한 조언 뿐 아니라 여러가지 (조언을) 하셨는 데, 그 문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전술이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