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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대장 이리와 조선 왕,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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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모처럼 온 가족이 집 근처의 인왕산 성곽 길을 걸었다. 인왕산은 정상이 불과 340미터 남짓한 야트막한 산이지만 제법 힘이 드는 등산 코스다. 밧줄과 철제 계단의 도움 없이 초보자들은 오르기 힘든 곳도 있다.


가파르기는 북악산 역시 마찬가지다. 인왕산을 내려와 창의문을 지나 북악산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밑까지 헉헉 찬다. 북한산을 날다람쥐처럼 오르던 아들 녀석도 힘들어 하는 눈치다. 오르기도 힘든 이곳에 기계의 도움이 없던 그 옛날, 저렇게 큰 돌들을 날라와 성벽을 쌓았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힘들게 오른 정상에서 "수많은 백성의 피와 땀이 이 성벽에 녹아 있겠지"라는 상념에 빠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성벽 앞까지 오르기도 힘든데 과연 이 성벽을 넘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조선의 임금들은 이렇게 힘들게 성벽을 쌓아 놓고 적군이 쳐들어오면 지킬 생각은 않고 왜 도망을 갔을까?"

임진왜란때 선조는 일본군이 쳐들어오자 궁궐을 버리고 압록강까지 도망쳤다. 경복궁을 불지른 건 일본군이 아니라 조선의 버려진 백성들이었다. 그로부터 40여년 후 북쪽에서 청나라가 쳐들어 왔을 때 인조가 한 일도 백성을 두고 도망간 것이었다. 더 멀리 도망가려 했지만 청나라 기병의 기동력 때문에 남한산성에서 발이 묶였다.


씁쓸한 마음으로 내려와 습관처럼 휴대폰을 보는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보였다. '이리떼 속의 리더'라는 글이 십여 마리의 이리떼가 일렬로 이동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다.


사진속에서 첫번째 그룹의 세 마리는 늙고 아픈 늑대들이고, 이리떼의 행군 속도를 조정해서 누구도 뒤쳐지지 않게 한다고 한다. 그 뒤에서 따라가는 다섯 마리가 가장 강하고 뛰어나며, 적들의 공격이 있을 때 정면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는 이리들이다.


중간에 있는 무리는 외부공격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무리 중 후미에 있는 다섯 마리도 가장 강하고 뛰어난 녀석들이다. 후방으로부터 공격이 있을 경우 방어의 임무를 맡는다.


맨 마지막에 홀로 떨어져 따라오는 한 마리가 대장 이리다. 어느 누구도 뒤쳐지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이리떼를 통합하고 동일한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역할이다. 그는 전체 이리떼의 '보디가드'로서 지키고 희생하기 위해 항상 어떤 방향으로든지 뛸 준비가 되어 있다.


적군이 쳐들어 왔을 때 가장 먼저 도망 간 조선의 임금들과 무리의 안전을 위해 가장 위험한 후미를 지키는 대장 이리. 조선이라는 나라가 우리 의식 속에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었을까 이해가 되는 듯 했다. '헬조선'이라는 푸념은 어쩌면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갔을 때부터 잉태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간 우리는 가장 약한 이들이 가장 위험한 후미에 있었고, 가장 강한 이들이 가장 안전한 중간 지대에서 있었던 건 아닐까. 후미의 약자들에게 우리 사회는 '헬조선'이었던 셈이다.


촛불의 함성을 등에 업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3주가 지났다. 새 정권의 이전 정권과 비교되는 행보에 환호성이 높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80%를 넘어 90%에 육박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찍지 않았다던 이들까지 매일 뉴스를 보는 즐거움이 크다고 할 정도였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주식도 오르고, 부동산도 올랐다. 그간 우리 사회를 감싸고 있던 불합리(지배구조 문제 등)들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시장에 돈이 몰렸다. 시장은 강하고 힘센 이들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사회의 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더 선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초기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은 것은 무리를 위해 맨 뒤에 설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그와 정부를 함께 이끌 고위 공직자들에게 바라는 것도 맨 뒤에 서 움직이는 대장 이리의 모습이 아닐까.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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