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칼럼]대장 이리와 조선 왕, 그리고…

시계아이콘01분 4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지난 주말 모처럼 온 가족이 집 근처의 인왕산 성곽 길을 걸었다. 인왕산은 정상이 불과 340미터 남짓한 야트막한 산이지만 제법 힘이 드는 등산 코스다. 밧줄과 철제 계단의 도움 없이 초보자들은 오르기 힘든 곳도 있다.


가파르기는 북악산 역시 마찬가지다. 인왕산을 내려와 창의문을 지나 북악산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밑까지 헉헉 찬다. 북한산을 날다람쥐처럼 오르던 아들 녀석도 힘들어 하는 눈치다. 오르기도 힘든 이곳에 기계의 도움이 없던 그 옛날, 저렇게 큰 돌들을 날라와 성벽을 쌓았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힘들게 오른 정상에서 "수많은 백성의 피와 땀이 이 성벽에 녹아 있겠지"라는 상념에 빠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성벽 앞까지 오르기도 힘든데 과연 이 성벽을 넘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조선의 임금들은 이렇게 힘들게 성벽을 쌓아 놓고 적군이 쳐들어오면 지킬 생각은 않고 왜 도망을 갔을까?"

임진왜란때 선조는 일본군이 쳐들어오자 궁궐을 버리고 압록강까지 도망쳤다. 경복궁을 불지른 건 일본군이 아니라 조선의 버려진 백성들이었다. 그로부터 40여년 후 북쪽에서 청나라가 쳐들어 왔을 때 인조가 한 일도 백성을 두고 도망간 것이었다. 더 멀리 도망가려 했지만 청나라 기병의 기동력 때문에 남한산성에서 발이 묶였다.


씁쓸한 마음으로 내려와 습관처럼 휴대폰을 보는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보였다. '이리떼 속의 리더'라는 글이 십여 마리의 이리떼가 일렬로 이동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다.


사진속에서 첫번째 그룹의 세 마리는 늙고 아픈 늑대들이고, 이리떼의 행군 속도를 조정해서 누구도 뒤쳐지지 않게 한다고 한다. 그 뒤에서 따라가는 다섯 마리가 가장 강하고 뛰어나며, 적들의 공격이 있을 때 정면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는 이리들이다.


중간에 있는 무리는 외부공격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무리 중 후미에 있는 다섯 마리도 가장 강하고 뛰어난 녀석들이다. 후방으로부터 공격이 있을 경우 방어의 임무를 맡는다.


맨 마지막에 홀로 떨어져 따라오는 한 마리가 대장 이리다. 어느 누구도 뒤쳐지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이리떼를 통합하고 동일한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역할이다. 그는 전체 이리떼의 '보디가드'로서 지키고 희생하기 위해 항상 어떤 방향으로든지 뛸 준비가 되어 있다.


적군이 쳐들어 왔을 때 가장 먼저 도망 간 조선의 임금들과 무리의 안전을 위해 가장 위험한 후미를 지키는 대장 이리. 조선이라는 나라가 우리 의식 속에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었을까 이해가 되는 듯 했다. '헬조선'이라는 푸념은 어쩌면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갔을 때부터 잉태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간 우리는 가장 약한 이들이 가장 위험한 후미에 있었고, 가장 강한 이들이 가장 안전한 중간 지대에서 있었던 건 아닐까. 후미의 약자들에게 우리 사회는 '헬조선'이었던 셈이다.


촛불의 함성을 등에 업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3주가 지났다. 새 정권의 이전 정권과 비교되는 행보에 환호성이 높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80%를 넘어 90%에 육박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찍지 않았다던 이들까지 매일 뉴스를 보는 즐거움이 크다고 할 정도였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주식도 오르고, 부동산도 올랐다. 그간 우리 사회를 감싸고 있던 불합리(지배구조 문제 등)들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시장에 돈이 몰렸다. 시장은 강하고 힘센 이들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사회의 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더 선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초기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은 것은 무리를 위해 맨 뒤에 설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그와 정부를 함께 이끌 고위 공직자들에게 바라는 것도 맨 뒤에 서 움직이는 대장 이리의 모습이 아닐까.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