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캠프·인수위원회서 핵심 실세…러 대선개입 관련 정보 인지했을 가능성 높아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CNN방송 등 미 주요 언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BI의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참모에서 가족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FBI는 쿠슈너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와 인수위원회에서 모두 '실세'로 활약한만큼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쿠슈너가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사 중 한명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함께 러시아와 접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쿠슈너 자체 인맥을 통해 러시아와 연결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FBI는 현재 쿠슈너를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대선 전후 행적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다만 쿠슈너에 대한 현 단계에서의 조사는 특정 혐의가 있거나 기소 가능성이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CNN은 전했다.
FBI는 트럼프 측근들이 러시아와 연계해 대선 관련 뉴스를 확산시키는 봇(bot)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정 프로그램을 활용해 당시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와 트럼프에 유리한 뉴스 등을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복적으로 퍼트렸다는 것이다.
당시 쿠슈너는 트럼프 캠프에서 여론 등 데이터운영과 분석 전반을 총괄했기 때문에 만일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다면 사전에 이를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쿠슈너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소재한 대선 캠페인 데이터 관리 및 운영회사의 계약도 담당했다.
NBC는 쿠슈너가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최소 한 차례 만났고 러시아 국영 브네시코놈뱅크(VEB)의 세르게이 고르코프 은행장과도 회동했다. 쿠슈너는 지난해 고르코프 은행장을 만났던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쿠슈너의 한 측근은 CNN에 "고르코프를 만나 러시아에 대한 제재해제를 논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 대통령과의 비공식 대화 채널 구축에 대한 것을 논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VEB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후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기관인데다 고르코프는 러시아 정보기관인 FSB의 훈련기관에서 교육받은 인물이어서 의혹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NBC방송은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쿠슈너는 공식 조사대상인 트럼프 캠프의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본부장과 플린과는 다른 범주에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시선이 쿠슈너로 향하자 그는 상원 정보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해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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