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百, '부천점 출점 시 1만명 이상 고용 창출' 공언
이마트타운 연산점도 일자리 1000개 넘게 만들 것으로 예상
중소상인들은 여전히 차가운 반응…"得보다 失 훨씬 많아"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새 정부의 '일자리 확대' 기조에 적극 동참하겠다." vs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대로 을(乙)들을 지켜 달라."
문재인정부 출범 후 유통대기업과 중소상인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미 착수한 신규 출점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없는 기업들은 고용 창출 등 상생 방안을 필사적으로 제시한다. 중소상인들은 그들대로 정부가 대선 때 자세를 유지해 대기업의 지역 상권 장악에 제동을 걸어주길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와 지역사회, 정치권 등에 따르면 신(新)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정권 교체 후 조용히 숨을 고르다 일자리 확대라는 정공법으로 다시 위기 타개에 나섰다.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나서 고용 창출의 책임감을 내비치고, 올해 채용 목표치 발표에 이어 신사업 관련 일자리 1만1000개 플러스 알파(α)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신세계는 난항을 겪어온 신세계백화점 경기 부천점, 이마트타운 부산 연산점 출점 계획과 관련해 해당 지역에 각각 1만개, 1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공언했다. 대선 직전부터 두 사업 추진을 놓고 신세계와 중소상인들·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관련 기사 "복합쇼핑몰 출점 접어야 하나" 떨고 있는 유통대기업(종합)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9일 부천시 측에 전달한 '신세계백화점 부천점 사업 추진 이행 계획서'에서 ▲백화점 직접 고용 포함 1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 ▲지역 상인회 등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상생 발전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방안을 내놨다. 특히 일자리 부분은 다분히 새 정부 들어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고려한 측면이 크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부천점 출점이 가져다 줄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상당한데, 그런 부분은 가려지고 인근 인천 부평·계양구 중소상인 등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여전히 뜨겁다"며 "시간을 두고 고용 창출 목표 등을 적극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세계는 비슷한 처지의 이마트타운 연산점 입점 추진에 관해서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부산 연제구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는 오는 26일 5번째 회의를 열어 이마트타운 연산점 영업 등록을 심의한다. 이 자리에는 신세계 측과 상인·소비자 대표, 전문가 등이 참석한다.
앞서 이마트타운 연산점의 영업 등록 결정은 중소상인 반발 등에 4차례나 보류됐다. 최근인 3월30일 협의회는 국책연구기관 산업연구원에 의뢰한 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신세계 측이 제출한 지역협력계획서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마트타운 영업 이후 주민과 중소상인 등에 대한 각종 지원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신세계는 그간 협의 과정에서 신규 일자리 550개 창출 등 지역사회 기여 방안을 밝히며 세부 실행 계획을 조금씩 보완해왔다. 지역 인재를 우선 채용하고 건설 공사 대금도 10% 이상은 무조건 지역 업체, 인부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적 받은 내용에 대해 이번엔 최선을 다해 보완했다"며 "우선 이마트타운 개점 시 협력사 직원을 비롯해 10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점 등을 어필하고, 향후 다른 요구 사항도 적극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부천점과 이마트타운 연산점은 차질 없이 착공될 경우 2020~2021년께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세계가 양 프로젝트에서 만들겠다고 밝힌 일자리 규모(1만1000개 이상)는 올해 그룹 전체 채용 목표 1만5000명 이상과 맞먹는다. 신세계는 2015년 1만4000명, 지난해 1만5000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도 작년 이상 수준으로 뽑겠다고 밝혔다. 대선 전후 침묵을 고수하던 정 부회장은 전날 그룹 자료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은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라며 "앞으로도 신세계는 구직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용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소상인들은 신세계 측 입장에 대해 거대 유통업체 신규 출점으로 주변 상권이 입을 피해가 득(得)보다 훨씬 많다고 반박했다. 부경대 글로벌물류연구소 분석 결과 이마트타운 연산점 개점 시 주변 9000여개 도·소매업체의 연간 매출 감소 규모는 1조3747억원, 소득 감소 규모는 70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약 5000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연구소는 내다봤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관계자는 "신세계 측의 보완책도 조금만 뜯어 보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데 채용 인원을 찔끔 늘린다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乙을 지키는 위원회)는 대선 이후에도 계속 신세계백화점 부천점과 이마트타운 연산점 출점을 반대하는 중소상인들을 돕고 있다. 문재인정부 역시 중소상인 보호 기조를 표방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대형 유통업체 규제 위주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총 23건의 유통법 개정안에는 ▲대규모 점포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고 ▲인접 지자체와의 협의를 의무화하고 ▲설날·추석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연면적 1만㎡ 초과 대규모 점포의 도시관리계획 입안 시 지역상권영향 기초조사와 중소유통상업보호지역 지정을 진행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도 이미 궤도에 올려 시간·돈을 많이 투자한 사업을 포기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지자체와 중소상인, 정치권 등 모두로부터 비난 받는 상황이 억울할 수 있다"며 "복합 쇼핑몰 등의 출점에 찬성하는 여론도 없지 않은 만큼 정부나 정치권이 구심점이 돼 상황이 제로섬게임으로 치닫지 않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