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피해 저녁에 장본다…6시 이후 매출 늘어
대형마트 메뉴도 여름형으로 재정비…물회도 나왔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여름이 예년보다 빨리 찾아오면서 장보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기온이 치솟는 한낮을 피해 서늘해지는 시간대에 매출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25일 롯데슈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년 5월 고온 현상으로 매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간 시간대별 매출을 보면 5월부터 때 이른 낮 시간 더위를 피해 오후 6시 이후 쇼핑을 즐기는 야간 쇼핑족이 매년 13% 이상씩 증가하는 현상이 뚜렷해 지고 있다.
롯데슈퍼는 본격적인 무더위 쇼핑객을 위한 야간 타임세일을 준비했다. 저녁 8시부터 야간 시간대 고객이 많이 찾는 상품중 1품목을 선정해 해당 품목당 전점 1000개 한정으로 최대 반값으로 할인 판매를 실시한다. 또한 매주 10~15개의 카테고리 킬러 상품을 저녁 7시 이후 최대 45% 할인 판매한다. 온라인 고객을 대상으로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동안 사용 가능한 핫딜 한정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이마트에서는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이마트 장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1.3% 신장했고, 전복과 닭고기 매출도 각각 15.7%, 14.2% 증가했다. 수박 매출도 15.5% 증가했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에 보양식을 통해 기운을 보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다.
젊은 주부들이 많이 찾는 간편가정식에서도 '삼계탕'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이마트 자체브랜드 상품인 피코크 녹두 삼계탕은 5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매출이 53.6% 늘어나며, 1000개에 달하는 피코크 상품 중 육개장에 이어 매출 2위를 차지했다.
이마트는 이 같은 수요 변화에 맞춰 이달 31일까지 완도산 전복, 국내산 생(生) 민물장어를 할인 판매하는 보양식 대전을 연다. 이마트가 작년에는 7월14일에 초복 맞이 할인 행사를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이마트의 5월 보양식 행사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50일이나 빠르다.
더위는 여름 신메뉴 출시 시기도 앞당겼다. 이마트에서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당초 계획보다 일주일 빨리 여름철 별미 '명품 물회'를 선보였다. 이마트는 오는 8월 말까지 광어·참소라·한치·피조개·문어·밀치 6가지 횟감이 들어간 '명품 물회(1팩, 1kg)'를 1만9800원에 판매한다. 회와 채소를 시원한 육수와 함께 먹는 물회는 도톰한 회의 식감과 채소의 아삭함이 어우러져 인기가 높은 여름철 대표 음식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여성의류 매장 기준 여름 상품 비중을 이달 들어 70%에서 많게는 80%까지 늘렸다. 이제까지는 5월 초에는 봄 상품과 여름 상품 비중을 반반으로 맞췄지만, 올해는 민소매 원피스, 마 소재 블라우스, 반팔 티셔츠 등 한여름 상품을 맨 앞에 내놨다. 백화점 의류 매장은 통상적으로 3월 말부터 들여오는 여름 상품 초도 물량을 5월 중순까지 판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습해지는 6월을 앞두고서야 여름 물량을 늘린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4월 중순부터 기온이 높아지면서 신세계백화점 대부분 매장에서 여름 상품 초도 물량이 4월 말에 소진됐다. 기온이 오르기 시작한 4월 중순부터 황금 연휴가 끝난 9일까지 신세계백화점 패션 장르 매출은 여름 상품을 중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뛰었다. 초도 물량이 날개돋친 듯 팔리자 담당 상품 기획자(MD)들은 예년보다 약 10일에서 15일 일찍 추가 주문에 나섰다. 5월 중순 기준 일부 인기 상품은 벌써 세번째 추가 주문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한여름 시작하는 프로모션이나 행사를 5월로 한 달 가량 앞당기는 추세"라면서 "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 매장은 날씨 변화에 영향을 매우 크게 받기 때문에 계절도 가장 빨리 반영된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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