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저격수 콤비 배치, 개혁 속도·효율성에 방점
정부 주도 일자리 추경 편성…완급 조절 필요할 듯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문재인 정부 경제팀이 진용을 갖추며 국정과제 추진이 가속될 전망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정점으로 그 주위에 자문위원들이 자리를 잡았으며 세부적으로 정책을 구현할 경제부총리에 이르는 거대한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졌다.
임명됐거나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비슷한 경력과 시각을 지닌 이들을 배치해놓은 '수직계열화'가 우선 눈에 띈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동반자이던 '장하성 정책실장-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조합이 대표적이다. 속도는 조절하겠지만 방향은 '개혁'에 맞췄다는 신호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재정을 활용하겠다는 점에서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일자리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21일 새롭게 신설된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대표적인 재벌 저격수로 꼽힌다.
한국재무학회장과 한국금융학회장을 역임하며 경제 전반에 걸친 지식과 안목을 갖췄고, 장하성 하면 역시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으로 활약한 모습과 소액주주운동을 위한 '장하성 펀드'가 먼저 떠오른다.
또 다른 재벌 저격수이던 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는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이 '장-김'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축으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추진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직계열화는 경영학에서 제품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과정 전체에 관련된 기업들을 계열사로 갖추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는 정책 구상에서부터 생산, 집행에 이르기까지 릫경제민주화릮 일색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수직계열화는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어 추진 속도가 빠르다. 제품이 잘 팔리면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해당 분야가 침체하면 동반 하락을 면치 못한다.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을 조급하게 추진하다 자칫 성장 엔진을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공무원을 포함해 공공부문에서부터의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준비작업도 착수했다.
김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아주대 총장을 역임하면서 청년실업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학교에서 졸업생 취업률을 따져봤는데 수준이 학교가 아님에도 양적으로 질적으로 취업을 못 하는 학생들이 많아 청년실업 문제 해소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자리 추경을 집행해야 한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적극적이다.
이러한 '큰 정부'나 확장적 재정은 당장 정책에 힘을 실을 수 있지만, 급속한 고령화나 통일시대 등을 대비해야 한다며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온 그간 정부의 모습과는 어긋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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