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中企대출 '꺽기' 집중 검사…중소기업 여신 '시장점유율 1위' IBK기업銀 첫 대상
이번 검사에는 금감원 은행준법검사국과 은행ㆍ비은행소비자보호국 두 개 부서가 동시에 투입된다. 금감원은 중소기업 대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행부터 시작해 향후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방침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부터 약 2주에 걸쳐 기업은행 본사와 일부 영업지점 현장조사 등을 통해 중소기업 꺾기 영업 행위 여부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꺾기란 중소기업이나 저(低)신용자 등 협상력이 낮은 대출 고객에게 은행이 예ㆍ적금 등 상품을 구속성으로 묶어 판매, 사실상 대출 금리를 올리는 불공정행위를 말한다. 금감원은 은행의 꺾기 행위를 '민생침해 5대 금융악(惡)' 중 하나로 꼽는 등 척결 의지를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격상한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고 중소기업 활성화를 국정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금융업계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한 금감원의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편법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은행법이 명시하고 있는 꺾기행위 관련 금지조항에 따라 대출이 실행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1개월 이내'에 다른 상품을 판매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한다. 이와 함께 '표면상'으론 규정을 지켰으나 사실상 영업 현장에서 물밑으로 강매한 사례에 대해서도 점검한다.
기업은행 측은 이미 각 대출계정 별 꺾기 판매가 불가능하도록 시스템 상으로 막아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상 한 기업이 여러 개의 대출계정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계정별 규정은 지켜졌더라도 사실상 차주가 같은 상황이라면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꺾기로 규정되는 판매금지 기간을 모두 피하려면 사실상 대출 외에 다른 상품을 판매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금융 애로를 해소한다는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아가는 기업의 유동성을 파악하기 위해 수신 계정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기조에 맞추느라 정상적 영업행위까지 과도하게 꺾기 판매로 몰아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분기말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총 137조2600억원(시장점유율 22.7%)에 달한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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