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구 삼성물산 주요 주주였던 일성신약에 사옥건립·주식 고가 매입 등을 제안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에 삼성 측은 "일성신약은 보유 주식을 더 비싼값에 팔기 위해 2년째 삼성물산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반대 당사자이기 때문에 삼성에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일성신약 증언의 신뢰성이나 객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반박했다.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주요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조모 일성신약 채권관리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일성신약은 구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했던 주요 소액 주주로 합병비율(제일모직 1 : 구 삼성물산 0.35)에 반발해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했다.
조 모 팀장은 이날 공판에서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일성신약 윤병강 회장, 윤석근 부회장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줄 것을 대가로 1500~1900억원 규모의 사옥을 무료로 지어줄 것, 일성신약이 보유한 구 삼성물산 주식(당시 1주당 5만7234원)을 주당 9만원에 사줄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이 2015년 3월경 윤 회장과 경남 남해에서 골프를 치며 이 부회장의 승계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고도 말했다.
특검은 조 모 팀장의 증언을 바탕으로 "삼성은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아닌 이 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해다"며 "삼성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주 의결권을 사실상 돈으로 매수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측 변호인단은 "일성신약은 제약회사이지만 2014년 기준 사업으로 벌어들인 연간 영업이익(30억원)에 비해 상당히 많은 2000억원의 이익을 삼성물산 주식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특이한 회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성신약은 일성신약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더 비싼값에 보상받기 위해 2년째 삼성물산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조 모 팀장은 해당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담당자인 만큼 증언의 신뢰성이나 객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일성신약측은 일성신약 뿐 아니라 윤 회장 가족들이 가진 370만주에 대한 소송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의 부당성을 주장할 동기가 크다"며 "삼성측이 합병 찬성을 대가로 주식을 더 비싸게 사주겠다고 했다거나 사옥을 무료로 지어주겠다고 조 모 팀장이 증언한 내용도 일성신약이 삼성물산과의 소송 1심에서 패소한 시점에 처음 등장한 사실(법원에 화해 조정을 신청하기 위해)인만큼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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