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만 단독 지원하기엔 명분이 없어 다른 선수들도 함께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최씨의 반대로 실제 지원은 정씨에게만 집중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팀 감독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 전 감독은 2015년 8월께 승마계 선배이자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독일의 한 호텔 식당에서 만났다고 증언했다.
박 전 감독에 따르면 박 전 전무는 이 자리에서 "삼성이 정유라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정씨만 지원하면 언론에서 문제 삼을 수 있어 다른 선수도 지원하기로 했다"며 "박 감독도 좋은 기회니 이번 기회에 올림픽에 출전하자"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이 정씨에 대한 단독지원을 위해 '구색 맞추기용 들러리'로 증인을 지원하기로 한 건데 승낙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박 전 감독은 "들러리라 생각 안했다"며 "대기업이 선수 한 명만 지원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고, 이참에 삼성이 전체적으로 지원하면 다른 선수에게도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후 박 전 감독은 2015년 10월 중순께 김종찬 대한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삼성전자 후원을 받아 2020년 도쿄올림픽 선수단 캠프를 독일에 만들 예정인데 박 감독이 준비감독을 맡아달라"는 요구를 받고 독일로 건너갔다.
그러나 박 전 감독은 독일에 있을 당시 삼성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박 전 감독은 "(독일 승마장에) 말이 한 마리도 없었고 다른 선수를 데려와 훈련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검이 박 전 감독에게 "승마장 청소를 하거나, 정씨가 탈 말을 보러 돌아다니는 일을 했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심지어 최씨는 박 전 감독이 독일에서 자신이 이용할 말을 알아본다는 얘기를 듣고 화를 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박 전 감독이 이 자리를 소개해 준 박원오 전 전무에게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며 불평했지만, 이후에도 지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박원오는) 대선배님이지만 격하게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성이 당초 약속과 달리 정씨 외의 다른 선수에 대한 지원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선수 선발을 위해 명단을 올리면 최씨가 막아 한 명도 선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박 전 감독은 지원받는 것을 포기하고 지난해 1월 귀국해 한국마사회와 재계약을 맺었지만 불과 이틀 만에 김영규 마사회 부회장으로부터 사표를 제출해달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사직서 제출을 종용당한 이유에 대해 "독일에서 말을 사는 부분이나 박원오씨와의 다툼 등의 이유로 미움을 받아 (최씨가) 마사회에 압력을 넣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박 전 감독은 삼성이 정씨만 지원한 것과 관련해 대가성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당초 박 전 감독은 검찰과 특검 조사과정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삼성은 최씨와 친한 박 전 대통령에게 무엇을 부탁하였거나 부탁하기 위해 (정씨를) 지원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이를 뒤엎은 셈이다.
박 전 감독은 이날 특검에서 이 같은 진술을 한 것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며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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