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전화 외교' 시동…'시간·순서'로 G2 배려

가장 먼저 통화한 트럼트와 30분
시진핑과 40분 통화…가장 길어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정상들과의 '전화 외교'를 시작한 가운데 통화 순서와 시간, 분위기 등에 차이를 보여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전화 통화 상대로 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통화 시간은 시진핑 주석이 길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10일 오후 10시30분 트럼프 대통령과 약 30분 동안 통화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특사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께서 북한 도발 억제와 핵 문제 해결에 대해 여러 안보사안 중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위대한 동맹관계'라고 표현하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두 번째 전화 통화 상대는 시 주석이었다. 문 대통령은 11일 정오에 시 주석과 40여분 간 대화를 나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10분 가량 긴 시간이다. 우선 순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뒀지만, 시간은 시 주석에게 더 할애하며 G2를 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껄끄러운 문제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문제 해결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안다"면서 사드와 북핵 해결을 구분해 특사를 파견, 투 트랙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2시간여 뒤인 이날 오후 2시35분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로 대화했다. 아베 총리와는 가장 짧은 25분 통화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주요 현안에 대한 양국의 기본적인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의견을 전하며 재협상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5분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전화통화했다. 아베 총리와 같은 25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으로 양국 간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며 양국의 문화적 인적교류를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