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동기들은 한 목소리로 "심지가 굳은 친구"라고 문 대통령을 평가했다.
경희대 법학과 72학번 출신인 박용화씨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학창 시절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고 말수도 적었지만 눈빛만은 강렬했다"며 "친구를 한번 사귀면 깊이 사귀고 의리를 지키는 '외유내강'형이었다"고 되돌아봤다.
1972년 경희대 법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문 대통령은 1975년 유신독재 반대 시위를 이끌다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강제징집됐다. 1978년 제대 후 1979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이듬해 경희대를 졸업했다.
경남고등학교 25회 동창이자 대학 1년 선배인 이기종 경희대 교수는 "문 대통령은 공부도 잘했지만 기본적으로 성실, 근면했다"며 "저는 정경대 학생회장을 했고, 문 대통령은 총학생회를 하면서 시위에 함께 참가했는데 문 대통령이 글솜씨가 좋아 시국선언문을 참 잘 썼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 대학 성악과 74학번으로 학내 축제에서 만나 캠퍼스 커플로 7년 연애 끝에 결혼한 것에 대해서도 동기들은 증언을 이어갔다.
박용화씨는 "같은 동기생 중 한명이 3학년 법대 축제에서 자기 여동생의 친구를 소개시켜줬던 것이 바로 김정숙 여사"라며 "당시 나도 함께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김 여사의 얼굴을 처음 보고 '왕비'의 기운이 느껴졌다"며 웃었다.
문 대통령은 김 여사가 축제에서 시원하게 맥주를 따 마시는 것을 보고 배짱이 마음에 든다며 "쓸 만하다"고 말했다고도 소개했다.
박씨는 "그 이후 문 대통령이 데모하다 쓰러졌을 때 지나가던 김 여사가 얼굴을 닦아준 것을 계기로 둘 사이가 급진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시위 때문에 수감됐을 때 법대 동기들도 통닭을 사서 자주 면회를 갔는데 자서전에는 김 여사가 안개꽃을 들고 온 것만 썼더라"며 웃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정치를 하고 사람들을 지휘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품이 아니었는데 본인이 자서전에서 밝혔듯 '운명'처럼 정치가 그에게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당선에 '대학의 자랑이고 영광'이라고 입을 모은 동기들은 문 대통령이 새 시대의 희망을 여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법대 동기인 최철웅씨는 문 대통령을 "사슴같이 맑고 양심적인 친구"라고 평가한 후 "우리나라 시국이 어렵지만 야당과 합심해 잘 헤쳐나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기종 교수는 "피난민 출신인 문 대통령은 남북 분단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며 "분단, 통일에 관심을 갖고 또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대한민국을 건설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박씨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은혜 기자 leh9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