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STOO 한수진 기자]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 같은 방송이 많아지면서 힙합 자체는 유명해졌는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은 래퍼들은 설자리가 없어요. 이번 앨범은 마이너 아티스트들을 대변하는 입장을 담았습니다."
'라임몬스터' '라임폭격기'라 불리며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힙합씬에서 자신만의 음악성 을 구축해 온 래퍼 화나. 지난 2013년 정규 2집 '팬애티튜드'(FANAttitude) 발매 후 잠잠했던 그가 약 5년 만에 새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스톤쉽엔터테인먼트에서 정규 3집 '화나콘다'(FANACONDA)로 돌아온 화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티스트에게 5년이라는 공백기는 결코 적지 않은 시간. 이렇게 오랜 기간 앨범을 준비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화나는 "가사를 먼저 써놓는다. 여기에 떠오르는 추상적인 소리가 생각나면 프로듀서한테 부탁하는 형식으로 곡 작업을 한다. 일반적으로는 프로듀서들이 데모곡을 보내면 래퍼가 가사를 붙이는 식으로 작업하는 게 대다수다. 그런데 난 가사를 먼저 쓰고 작업하니까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화나콘다'에 대한 앨범 소개는 한 번 봐선 이해하지 못할 추상적인 표현들로 빼곡하다. '수년 전 화나는 그날이 올 것을 노래했다. 그날은 짐짓 온 듯 보이지만 지금, 화나는 그 것을 후회한다. (중략) 그 신념이란 증명 받아 마땅한 것이다. 고난의 가치, 궂은 뒤에 뜰 무지개를 위해서'. 많은 의미를 내포한 듯한 앨범 소개에서 화나가 말하고자 한 '그날'은 무엇일까.
"이번 앨범의 핵심은 타이틀곡에서 드러나요.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 같은 방송이 많아지면서 힙합 자체는 유명해졌는데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은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어요. 공연이나 프로그램 기획이 생겨도 위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사람들은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에요. 특히 그러한 공연들이 섭외만으로도 기획을 다하다 보니 보는 관객들도 재미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과 더불어서 여러가지 반대편에 서있는 마이너 아티스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싶은 입장을 담았습니다."
현재 한국 힙합씬과 '쇼미더머니'는 뗄 레야 뗄 수 없을 만큼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화나는 '쇼미더미니'가 추구하는 힙합 반대편에 서있는 래퍼지만 그 역시 이 프로그램과 질긴 인연의 주인공. 그는 '쇼미더머니' 시즌1 때 이미 힙합씬에서 입지를 단단히 했던 래퍼였음에도 불구 신인 래퍼로 출연을 제안을 받아 논란이 된 데 이어, 시즌2 때 지인인 MC메타와 매드클라운의 부탁으로 본선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더욱이 화나와 '쇼미더머니'의 인연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쇼미더머니'시즌4 때 프로듀서 섭외가 왔었죠. 그래서 당시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하기도 했어요. 지인들도 '쇼미더머니'를 좋아하진 않지만 프로듀서 출연이면 잃을 게 없을 거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출연을 결심하고 제작진과 여러 차례 미팅을 가졌어요. 그런데 촬영 3~4일 전에 다른 사람으로 프로듀서가 바꼈다고 연락이 왔죠. '쇼미더머니'는 앞으로도 절대로 안 나갈 생각입니다."
더욱이 화나는 '쇼미더머니'의 기획 의도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시즌 초반에 싫어했던 이유는 신인래퍼 등용문이라는 기획으로 시작해놓고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래퍼들이 출연해서였다. 최근 시즌에서는 래퍼들이 행사를 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이 돼버린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졌다. '쇼미더머니'로 인해 힙합은 유명해졌는데 그 안의 시스템이 없다. 힙합을 판매할 만할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는데 힙합연예인만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저 허허벌판에 닥친 엄동설한 / 모두가 멀고 먼 환상의 낙원을 엿보건만 / 돌아온 건 혼란 그리고 병목현상 / 그래도 기어코 결판 짓기를 원해 / 험로로 완고히 걸어온 난 이건 어쩌면 단지 과욕, 혹은 자기만족 / 하지만 꼭 어차피 한 쪽에 건다면 난 희망 쪽 / 이 잔인한 곳에서 생애 마지막 곡 까지 / 반복해서 적어나갈 이 작고 너절한 비망록' -화나 정규 3집 '화나콘다' 타이틀곡 '파워' 가사 중
화나의 이번 앨범에는 현재 한국 힙합씬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특히 그가 써내려간 가사는 1차원적인 작법이 아닌, 힙합의 시학과 본질을 내포하고 있다. 그 역시 힙합이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길 바라고 있는 래퍼 중 하나. 이러한 신념을 담아낸 이번 앨범. 그만의 멋으로 가득 채운 '화나콘다'다.
한수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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