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행원 아닌 중기근무자는 쉽지 않을 것 '볼멘소리'
'시월드'에 지친 여성들 "명절증후군만 하루 더 늘어나"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아들아, 딸아, 며늘아, 그리고 사위야! 이번 어버이날에는 꽃도 필요 없고 선물도 필요 없다. 5월9일 투표에서 ○○○ 찍는게 선물이다. 알았지?"
회사원 이모(44) 씨는 최근 장모님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적잖게 당황했다. 어르신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유행하는 글을 무심히 보내셨으리라 생각하면서도 '효(孝)'를 가장한 후보 선전에 이씨는 "불편함을 넘어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노년층 표를 겨냥한 '효도공약'을 공언하고 나선 가운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을 들고 나왔다.
어버이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해 온 가족이 부모님을 찾아뵙고 보살펴 드리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문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노인복지 분야 공약에 5월8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어버이날은 1956년 제정된 '어머니날'에서 시작됐다. 이후 1973년 아버지와 어른, 노인을 포함한 의미를 지닌 '어버이날'로 이름이 바뀌어 현재까지 이르고 있지만 법정공휴일이 아닌 국가기념일인 탓에 소위 '쉬는 날'은 아니다.
이 때문에 해마다 5월이면 법(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ㆍ대통령령)을 개정해서라도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2014년엔 홍의락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이 어버이날을 공휴일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도 지난해 연구 용역에서 국민들의 여가 시간 확대와 내수 진작 등을 위해 어버이날 등을 신규 공휴일로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공휴일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그렇듯,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온라인에선 일부 네티즌들이 "휴일이 아무리 늘어도 쉴 수 있는 사람은 공무원이나 은행원, 일부 대기업 직원 뿐 중소기업 근무자들에겐 쉽지 않다. 좋은 직장 다니는 아들, 딸들만 효도하라는 얘기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시댁 위주의 결혼 생활에 지친 여성들은 "명절증후근이 하루 더 늘어날 것"이라고 벌써부터 염려했다. 주부라고 밝힌 한 네티즌는 "고작 하루 어버이날에 친정보다는 시댁이 우선이 될 것이고, 부모님들은 선물에 용돈에, 어쩌면 가족여행까지 기대하실지 모른다"고 손사래를 쳤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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