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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입니다, 이중 한분은 방금 죽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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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빅토리아시대 유행한 '사후사진' 풍습, 망자의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남겨


가족사진입니다, 이중 한분은 방금 죽은 사람입니다 얼핏 보기엔 단란한 가족사진 같지만 사진 속 피사체 중엔 이미 죽은 사람이 함께 서있다. 사진 = Christopher Whee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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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남길 수 있는 사진의 발명(1839년)은 순식간에 당대 부유층인 신흥 부르주아들의 흥미를 잡아끌고 한동안 그들의 전유물이 됐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한 장 종이에 남길 수 있는 ‘사진’에 대중의 기록과 즐거움의 순간이 담기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뒤였지만, 당시 꽤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진찍기에 나선 서민들이 있었다. 쌈짓돈 모아 모아 가족이 함께 사진관을 찾았던 빅토리아 시대 서민들이 품은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가족사진입니다, 이중 한분은 방금 죽은 사람입니다 두 자매의 얼굴만 본다면 대체 '누가 죽었지?' 싶을만큼 완벽하게 찍힌 사진 같지만 구두 뒤로 살짝 드러난 받침대와 손의 혈색을 유심히 본다면 조금 늦게 알아챌 수 있다.


죽어야 찍을 수 있는 사진

가족이 죽었다. 별안간 질병으로, 또는 천수를 다 누리고 눈을 감은 이를 그냥 보낼 수 없던 식구들은 그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시신을 운반해 사진관으로 향했다. 당대 가장 선호되던 연출법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으로, 죽은 사람을 의자에 앉혀 고정시키거나 뒤에 스탠드를 놓고 세워 가족들과 함께 찍는 구도가 널리 성행했다. 망자가 생전 가장 좋아했던 물건들과 찍는 경우도 있었고, 후기에 접어들어서는 그의 죽음을 인정하고 관에 누워있는 그와 함께 찍은 사진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가족사진입니다, 이중 한분은 방금 죽은 사람입니다 당시의 사진기술은 카메라 셔터를 오래 노출해야 했기에 움직임이 없는 시신이 살아있는 사람보다 사진 속에 더 선명하게 남아있게 됐다. 사진 속 딸의 표정이 평온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산자보다 죽은자가 더 선명히


사진은 복제가 가능하므로 가족은 고인의 사진을 친척과 지인들에게 우편으로 보내 그의 죽음을 알렸고, 망자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미 죽었으되 살아있는 순간처럼 보이게 촬영된 그의 사진을 보고 비보를 접하곤 했다. 남아있는 사후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의 연령대는 영유아가 압도적으로, 이는 빅토리아 시대(1837∼1901)에 어린아이들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음을 반증하는 사례. 사후사진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죽은 사람이 산 사람처럼, 산 사람이 유령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당시 촬영기술로는 카메라 셔터가 느리게 작동해 최대한 움직이지 않은 사람이 더 또렷이 사진에 남았는데 이 때문에 미동 없는 시신은 더 선명하게, 살아있는 가족들은 비교적 흐리게 찍힌 사진이 많다.



가족사진입니다, 이중 한분은 방금 죽은 사람입니다 좌포청에서 교수형에 처하기 직전 포졸들이 최시형을 벽 난간에 앉혔으나 그가 제대로 앉을 힘조차 없자 뒤에서 누군가가 그의 옷을 부여잡고 고정하고 있었음을 끌어당겨진 옷과 부자연스러운 왼팔 자세를 유추할 수 있다. 촬영 전 그의 머리 맡엔 '동학 괴수 최시형'이라고 써붙여 놓았다.


죽기 직전 가까스로 붙잡아


동학의 2대 교주 최시형은 종교 지도자로 영향력 있는 삶을 살기에 앞서 일생 관군의 추격을 피해 쫓겨 다니다 1894년 체포돼 72세를 일기로 처형당한 비운의 인물. 그의 마지막 모습이라 전해지는 사진은 분명 산 사람을 찍었으나 꼭 사후사진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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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당시 이미 노환과 병증이 심한 상태였던 그를 병사하게 둘 수 없던 조정은 황급히 재판을 진행해 두 달여 만에 사형을 선고했는데, 좌포청(현 단성사 자리) 처형 직전 그를 앉혀 찍은 사진은 이미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쇠약한 그를 뒤에서 누가 잡아끈 탓에 한쪽 어깻죽지가 드러날 만큼 옷이 내려가 있고, 자세 또한 부자연스럽다. 그는 촬영 후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고 사진만이 남아 당시 그가 겪은 고초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사후사진 문화는 이후 아이슬란드, 필리핀 등으로 전파되며 성행했고, 사진기술의 상용화로 잊히는가 싶다가 최근에는 아이를 사산한 부모를 중심으로 생명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비록 존재는 사라졌지만 한 장 사진에 남은 소중한 사람을 잊지 않으려는 인간의 마음이 남아있는 한 사후사진 문화는 계속되지 않을까.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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