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25일 창건일을 맞아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고강도 전략 도발을 자제하면서 '도발을 멈춘 것인지, 숨고르기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김일성 주석의 105주년 생일(4월 15일)과 창군 85주년 기념일은 이른바 '꺾어지는 해'(매 5주년과 10주년)이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의미가 중요한 날이어서 도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돼 왔다. 하지만 북한은 김일성 생일 당일인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하며 도발 대신 무력시위를 선택했다.
창군기념일에도 도발 대신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장사정포 등 화포 300문을 투입해 대규모 화력시위를 진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보도에서 '훈련'이라는 표현 대신 이례적으로 '시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대북전문가들은 이달 초 미ㆍ중 정상회담 이후 유례없는 양국의 전방위 대북 압박 공조가 진행되면서 부담을 느낀 북한이 무력 도발에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창군절을 맞아 6차 핵실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미ㆍ중 정상이 전화통화로 한반도 문제에 공조하기로 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경고음을 재차 날린 것이다.
중문ㆍ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도 '한발 뒤로 물러나는 건 겁이 많은 게 아니라 지혜로운 것이다'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에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와 세계 최대의 핵잠수함인 미시간호(SSGN 727) 등이 한반도 해역으로 급파되면서 북한의 군사적 압박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김일성 생일과 창군절이라는 분수령을 넘은 만큼 '4월 위기설'은 지나갔다고 본다"며 "5월에는 한국 대선이 있고 북한에는 특별한 기념일도 없어서 당분간 미국과 중국의 추이를 관망하면서 대형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의 '파국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미국의 핵잠수함 미시간호(SSGN 727)가 부산항에 입항했고, 이르면 26일에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CVN 70)호가 한반도 해역에 진입하는 만큼 북한이 이에 반발해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26일(현지시간)에는 미국 행정부가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북 정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을 처벌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과 관련한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도 크다. 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주재로 28일(현지시간) 열리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장관급 북핵 회의에서도 고강도 대북 압박 논의가 다시 나올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한미공조하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도발시 응징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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