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빠져가나는 여행객으로 공항만 북적거릴터…무슨 수로 내수 살리나"
직장인들 최장 11일 연휴…시내 식당, "텅텅 빌텐데 문닫고 쉬어야하나" 한숨
국내 관광지도 몰리는 곳만 몰려…"관광 인프라 늘려 관광객 분산시켰으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한 달에 매출이 1200만원씩은 나와야 식당이 유지가 되는데 2월에도 적자였거든요. 겨울이라 계절적으로 비수기라서…7월부터 8월 사이에는 여름 휴가철이라서 다들 교외로 빠져나가 장사가 안 될테고 5월에는 또 황금연휴다 뭐다 해서 해외여행객이 많아졌다는데 시내가 텅텅 빌게 뻔해 걱정입니다."
지난 23일 서울 시내에서 순두부집을 운영하는 차모씨는 "정부는 황금연휴 기간동안에 내수 살릴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징검다리 휴가 때 연차 쓰라고 적극 권유하고 있는데, 실제로 내국인들은 이때 해외에서 돈 쓰지 국내에서 돈 안쓴다"면서 "서울 시내는 텅텅 비니까 장사가 안되고, 각 지역 관광지들도 식당업주들 실제로 만나보면 기대만큼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고 볼멘소리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5월1일 근로자의날부터 9일 대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맞아 정부가 내수 소비 증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외식업체들은 오히려 이 기간에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이 많아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내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국내 관광을 활성화해야하는데 특정 유명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놀거리'가 부족해 국내 관광을 즐기는 이들은 적다는 설명이다. 설사 국내 관광지에 있는 외식업체라도 하더라도 몰리는 곳에만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지역 곳곳의 영세 식당들까지 '황금연휴' 덕을 보지는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의도에서 고기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 3월에 반짝 매출이 살아났었지만 다음달에는 쉬는 날이 많아서 큰일났다"며 "직장인들이야 최장 11일 쉴 수 있는 황금연휴이기는 하겠지만, 이들만 보고 장사하는 여의도 근처 식당들은 죽을 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4월 적당히 유지했던 이익이 5월되면 다 까먹을 것 같다"면서 "여름 휴가철에도 손님이 크게 줄어 매출이 잘 나오기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5월 첫 주 황금연휴동안 해외여행객은 크게 늘었다. 여행업계에서는 이 기간에 100만명 이상이 해외로 나갈 것으로 예상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행사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황금연휴 기간(4월29일~5월7일) 출발하는 여행 상품 예약자는 5만900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5월 연휴(5월 5~8일)때 2만3000여 명의 2.5배에 이르는 규모다. 모두투어에서도 황금연휴기간동안 해외로 출발하는 이들이 전년 5월 연휴대비 60% 이상 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온라인쇼핑몰 옥션에서도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항공권, 해외교통 패스 등 여행 관련 상품은 품목별로 전년동기대비 2926% 증가했다. 특히 미국ㆍ캐나다 지역 호텔예약은 2350%, 동남아 지역 호텔은 1471%나 뛰었다.
대한항공은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의 국제선 예약률이 전년동기대비 18%포인트 증가했다. 노선별 예약률은 일본 오키나와 96%, 미국 하와이 95%, 스페인 바르셀로나 98% 등으로 나타났다.
여행사 한 관계자는 "항공권은 평소보다 2배 정도 비싸지만 간만의 장기휴일이라 이 기간에 여행사 상품 대부분이 예약됐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황금연휴동안 해외여행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외식업주는 "요즘 경주에 관광객이 늘었다고 해서 '그쪽은 좀 장사가 되니 좋겠다'고 했다가 "관광지가 몰린 곳만 되지 영세식당들까지 좋아지진 않는다"고 퉁을 들었다"면서 "관광 인프라를 고루 개발해 국내에서도 유명 관광지 한쪽으로만 수요가 쏠리지 않도록 분산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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