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중인 투자목적 주식 연내 매각땐 그 규모에 따라 실적 널뛰기
국민銀, 포스코·SK 등 지분 6500억 넘어 은행권 순위 바뀔수도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손선희 기자]일회성 이익이 올해 은행권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부터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을 적용받는 은행권이 올해 보유중인 투자목적 주식을 연내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그 규모에 따라 은행 실적이 널뛰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은행의 경우 지난 1분기 주식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효과를 챙겼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1분기 은행권 실적에는 대출 채권 매각익, 지분 매각 관련익 등 일회성 손익이 대량으로 반영됐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우리은행은 개별기준 당기순이익 6057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중국 화푸 대출 채권 매각익 1706억원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6635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KB국민은행 역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매각에 따른 손익 1580억원이 반영됐다. IBK기업은행 순이익 4035억원에도 이마트 주식 매각 이익 445억원이 포함됐다.
◆올해 투자지분 매각해야 지분으로 인정 = 은행권이 보유중인 투자 목적 주식 매각은 연중행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올해까지는 장부 가격과의 차액을 모두 손익계산서의 당기손익으로 반영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대차대조표상의 자본계정인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 당기손익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투자목적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면 올해 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 일회성 수익이 가장 많이 나올 수 있는 은행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이 보유중인 포스코와 SK 지분 가치는 각각 1600억원과 2300억원 수준이다. 이외에 주택도시보증공사 지분도 약 2548억원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이들 지분을 모두 매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익은 6500억원에 달한다. 일회성 이익으로 은행권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KEB하나은행 역시 보유 중인 SK하이닉스 지분 0.7%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각가치는 1200억원에 달한다. 500억원 규모의 대한전선 지분 역시 마찬가지로 매각익으로 잡힐 수 있다.
신한은행도 비자카드, SK네트웍스, 포스코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총 매각가치는 2800억원 규모다. 기업은행 또한 7300억원 규모의 KT&G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어 올해 순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실적, 결국은 '기초체력' = 국내 주요 은행이 예상을 깬 1분기 성적표를 내놓자 일각에서는 판도변화를 점치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온다. 리딩뱅크로 꼽혀 온 신한은행이 손익 절대 규모로 3위에 그치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6000억원을 돌파하면서 1,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1분기 실적 등 올해 은행권 실적은 일회성 요인에 따른 일시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은행 평가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통한 은행권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수반되지 않으면 '짧은 축제'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6635억원의 1분기 손익을 올린 국민은행의 경우 BCC매각익을 제외하면 5055억원, 우리은행 역시 화푸빌딩 매각익을 제외하면 4764억원이다. 여기에는 카드영업에 따른 이익도 포함돼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와 견줘 이렇다 할 대규모 일회성 손익이 없었다.
아울러 절대 손익으로는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하나은행도 지난해 1분기보다 20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일시에 쌓은 만큼 이 수치 자체를 기초체력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어서 숫자 자체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일회성 손익은 통상적으로 늘 조금씩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규모가 너무 큰 상황이라면 기초체력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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