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현대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케이씨씨건설 등 4개 회사가 한국철도시설공단 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통해 낙찰 최저가선을 낮춘 사실이 드러나 경쟁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3년 발주한 원주-강릉 철도 노반공사 입찰에서 이들 4개사의 담합행위를 적발하고, 총 701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공사는 내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수송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의 서원주~횡성~평창~강릉간 고속 철도망 구축 공사다. 노반신설 기타공사는 궤도를 부설하기 위해 흙·토목구조물 등 노반을 설치하고 레일·침목·도상 등 궤도를 설치하는 공사를 칭한다.
4개사는 노반공사 4개 공구 입찰에서 낙찰 예정사와 들러리사를 정하고, 회사마다 각 1개 공구씩 낙찰받기로 합의했다. 투찰일 전에 각 공구별로 낙찰사와 투찰금액을 정하고, 입찰에 필요한 서류도 함께 작성·검토했다.
이들은 노반공사 입찰시 적용되는 '최저가입찰제도'를 악용했다. 이 제도는 입찰금액이 적정한 수준인지 여부를 입찰에 참가한 모든 입찰자들의 평균투찰금액에 연동시켜 결정한다. 일부 업체들이 작정하고 담합하면 적정 입찰금액 기준인 저가투찰 판정기준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노반공사 2공구 입찰에는 4개사를 포함해 총 26개사가 참여했는데, 4개사를 제외한 다른 입찰자들이 예상한 저가투찰 판정기준은 73.68% 수준이었다.
그런데 4개 담합 참여자 중 들러리를 선 KCC건설, 현대건설, 두산중공업이 각각 54.280%, 54.550%, 54.740%로 현저하게 낮은 금액대를 써 내면서 저가투찰 판정기준도 낮아졌다.
이에 낙찰 예정사였던 한진중공업은 73.417% 수준으로 투찰해 최저가로 입찰을 따낼 수 있었다. 대부분의 다른 업체들은 73.685%~73.688% 수준의 값을 써내 탈락했다.
4개사는 이런 식으로 다른 노반공사 공구 입찰에서 돌아가며 한 공구씩 나눠먹기를 했다. 입찰일 직전일과 입찰 당일에 걸쳐 35회 이상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받으며 입찰담합을 합의했다. 정직하게 입찰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을 바보로 만든 꼴이다.
공정위는 이에 4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701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건설이 216억9100만원, 한진중공업이 160억6800만원, 두산중공업이 161억100만원, KCC건설이 163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받았다. 이번 노반공사의 총 입찰규모는 9375억5700만원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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