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시험하지 말라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경고가 나오자마자 북한이 곧바로 '핵전쟁'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미국과 북한의 대립은 이제 상대방의 양보를 먼저 이끌어내기 위해 정면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위험한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비무장지대(DMZ)까지 찾아간 펜스 부통령이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끝났다고 선언한 다음 날 미국과 북한은 곧바로 정면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환율조작국 지정 면제 등 경제적 선물까지 제공하면서 평양 정권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이은 칼 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 해협 급파 등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도 한층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결단 이외에 섣부른 선택이나 도발을 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따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리아의 경우를 레드라인의 실패 사례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소극적인 레드라인 정책이 시리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입장이다. 지루한 논의와 협상에 시간을 보내지 않고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든지 전격적으로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다.
북한도 초강경 대응으로 미국을 오히려 자극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김인룡 차석대사는 이날 "미국이 군사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는 미국이 간절히 원하는 어떤 종류의 전쟁 형태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핵 전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핵전쟁을 거론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대화 병행 제안도 거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을 내세운 대북 압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찬물 끼얹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평양에서 BBC와 인터뷰를 가진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도 정기적인 미사일 발사와 함께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 핵 선제 공격, 전면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일전불사 의지를 다졌다.
핵전쟁 카드로 미국의 선제타격 의지를 꺾는 동시에 향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경우를 대비해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미국의 군사력을 시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평화적 수단과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의지도 보였다. 북한도 일정 시점에선 핵과 체제 안전 보장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국과 담판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다. 벼랑끝 협상에 익숙한 북한의 도박이 이어지는 한 살얼음판 같은 한반도 주변의 긴장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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