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축구는 한 명이 하지 않는다. 열한 명이 한다. 손흥민(25)의 시즌 열아홉 골. 개인 기록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이상의 의미가 보인다. 혼자 만들지 않았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함께 19골을 만들어 더 의미 있다.
손흥민은 15일(한국시간)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본머스와 한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 올 시즌 열아홉 번째 골을 넣었다.
그는 왼쪽 공격수로 뛰었다. 전반 19분 해리 케인이 살짝 내준 패스를 받아 상대 페널티박스 안 오른쪽 지역으로 빠르게 돌파해 오른발로 슈팅, 반대편 골망을 흔들었다. 네 경기 연속골에 정규리그 열두 번째 골이다.
손흥민은 지금 물올랐다. 올 시즌을 놓고 보면 이번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손흥민은 시즌 초반에도 결정력이 좋았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초반에는 혼자, 지금은 함께 좋다. 손흥민은 초반 득점패턴들을 보면 대다수 혼자서 해결했다.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플레이에 의해 득점이 나오기보다 혼자 수비수들을 제치고 드리블, 오른발로 강하게 슈팅해 득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혼자 하는 득점 행진은 오래가지 못한다. 손흥민은 시즌 중반에 침묵했다. 출전 시간도 적어지면서 분위기를 바꿀 기회도 적었다. 전환점은 해리 케인이 부상을 당했을 때였다. 이후 손흥민이 일선 공격수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신의 한수가 됐다. 손흥민은 "가장 앞에서 뛰면서 동료들의 패스가 어디에 있을 때 많이 오는지 알았다"고 했다. 공간과 위치선정에 눈을 떴다. 이후 동료들과의 호흡도 좋아졌다. 그를 향해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하는 패스가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네 경기 연속골의 원동력은 여기에 있다. 본머스와의 경기도 마찬가지. 손흥민의 골을 도운 케인의 감각적인 패스도 그중 하나다. 손흥민은 이외에도 전반 42분 페널티박스 안 빈 공간을 잘 보고 뛰어갔다. 이를 본 에릭센이 땅볼 크로스, 손흥민이 논스톱 슈팅을 때릴 수 있도록 했다. 손흥민이 동료들과 함께 골찬스를 만들고 있는 현재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수비도 열심히 했다. 그는 전반 중반 상대 오른쪽 공격을 거칠게 압박해서 막아냈다. 전반 34분에는 앞선에서 압박해 스로우인 기회를 이끌어냈다. 후반전에는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며 패스를 제공, 케인 등 동료들의 슈팅을 도왔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반응도 다르다. 그는 시즌 초반 손흥민이 득점 행진을 할 때 인터뷰, 지금 네 경기 연속골을 넣을 때 인터뷰 어감이 다르다. 시즌 초반에는 "좋다"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손흥민 때문에 행복하다"고 한다. 토트넘 구단은 손흥민이 동료들과 특이한 악수법을 하는 모습을 구단 채널들을 통해 팬들과 공유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라커룸으로 가는 통로 앞에서 손흥민을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애정을 보이는 모습도 최근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손흥민은 대기록과 함께 확실한 '토트넘맨'이 됐다. 이런 유대감은 중요하다. 내 팀, 내 동료라는 의식이 생기면 플레이도 자신감이 생긴다. 과거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팀 정신'을 발휘, 맹활약했던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 등에 힘입어 본머스를 4-0으로 제압, 정규리그 7연승을 달렸다. 토트넘 동료들과 호흡이 더욱 발전되고 있는 이상, 손흥민의 득점행진은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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