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축구대표팀에 그동안 젊은피의 센세이션이 없었다.
권창훈(23)이 사실상 유일했다. 이후에는 기억에 남길 절은피의 돌풍이 없었다. 최근 대표팀은 선수풀이 넓지 않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2)은 익숙한 선수들을 위주로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소화했다. 젊은피, 새로운 선수를 뽑으려면 과감해야 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상황이 어려웠던 대표팀. 젊은피가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반대라면 곤란했다. 도박에 가까운 결단. 슈틸리케 감독은 그 결단을 하지 않았다.
6월은 다를까. 슈틸리케 감독은 1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을 방문,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 간 K리그 경기를 봤다.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를 대동하고 기자석에 앉아서 조용히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인천 방문은 지난 13일 귀국 후 첫 공식 일정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임이 결정된 후 유럽을 돌며 국가대표 선수들을 점검했다. 이어 K리그를 관찰,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을 확인했다. 관찰에도 변화가 있을지가 중요했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국가대표에서 뛰는 선수들을 위주로 K리그 경기를 봤다. 하지만 이날 인천 방분은 조금 의미가 달라보였다. 인천과 전남이 만난 이날 경기에는 대표팀에 정기적으로 뽑히는 선수가 없었다.
인천, 전남. 특징이 있다면 젊은 패기였다. 두 팀에는 국내 선수들 중 젊은피가 많다. 전남 수비수 이슬찬은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대표로 활약했고 한찬희는 20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되고 있다. 모두 장차 국가대표에 힘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자원들. 인천 역시 문선민, 송시우, 김도혁 등이 K리그에서 손꼽히는 기대주들이다. 이들 역시 활약도에 따라 향후 대표팀 발탁 가능성도 있는 후보들이다.
문선민은 가장 눈길이 가는 이름이었다. 문선민은 최근 인천에서 뜨는 별이다. 그는 상대 수비진이 단단해도 과감하게 돌파해 들어가는 '돌격대장형' 경기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정규리그 세 경기에서 두 골도 넣었을 만큼 결정력도 갖췄다.
문선민은 전남과의 경기 후반에 출전했다. 이기형 인천 감독은 문선민을 아껴뒀다 상대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기용, 승부를 걸었다. 문선민이 들어간 뒤 경기 양상이 달라졌다. 문선민은 왼쪽 공격수였다. 그는 전남 수비수 두 명 이상이 달라붙어도 침착하게 경기를 풀었다. 좌우로 크게 패스를 뿌리기도 하며 조율 능력도 발휘했다. 송시우는 빠른 패스와 드리블을 선보였다. 전반 중반 감각적인 원터치로 패스했고 전반 42분에는 빠른 돌파로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전남은 이슬찬이 골을 넣었다. 이슬찬은 전반 38분 오른발 논스톱 중거리슈팅을 때려 골문 오른쪽 상단 그물을 갈랐다. 한찬희도 중앙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앞에 공간이 생기면 빠르게 침투, 공격적인 경기를 했다. 전반 10분에는 왼발로 한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췄다. 최재현도 눈에 띄었다. 최재현은 이날 노상래 감독이 과감하게 출격시킨 스물셋의 새 얼굴. 그는 전반 38분 이슬찬의 슈팅을 돕는 침투패스, 후반 38분 쐐기 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는 전남의 젊은피들이 앞섰다. 전남도 인천을 3-1로 이겼다. 슈틸리케 감독의 눈길이 이들에게 머물렀을까.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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