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배정물량 거의 없어
신혼부부 대부분 "세분화해야"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희궁 자이' 내 행복주택 공급에 들떴던 사회초년생 정 모(30)씨. 청약에 나서려던 정 씨는 청약대상자가 '신혼부부'와 '고령층'에 한정돼 있다는 사실에 꿈을 접었다. 인근 또다른 행복주택 사업지인 'e편한세상 신촌'도 마찬가지. 정 씨는 "사회초년생의 행복주택 입주 자격이 인근 직장에 재직 중인 취업 5년 이내 미혼 무주택자로 돼 있지만 사실상 물량 찾기가 쉽지 않다"며 "실제로 사회초년생이 청약을 넣을 수 있는 곳은 시내에서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13일부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급에 나선 행복주택 8개 사업지 중 절반 정도가 사회초년생과 대학생을 위한 물량을 배정하지 않았다. 행복주택이 청년층에게 80%, 고령층 및 주거급여수급자에게 20% 배정하는데 신혼부부, 대학생, 사회초년생을 모두 청년층으로 묶다보니 상대적으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배정 물량이 빠지게 된 셈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입주자에 대한 세부사항은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에서 협의하는 사안으로 경희궁 자이나 e편한세상 신촌 모두 대학생 또는 사회초년생이 빠진 것은 협의 과정에서 입주민들을 신혼부부 및 고령층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공급지 8곳 중 대학가 인근에 위치한 보문파크자이, e편한세상 신촌에는 대학생 배정 물량이 없다. 보문파크자이(총 75가구)에만 사회초년생에게 60가구가 배정됐다. e편한세상 신촌(총 130가구) 역시 신혼부부 104가구, 고령자 26가구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물량은 마련되지 않았다. 도심지와 가까운 경희궁 자이(총 61가구)도 신혼부부(48가구)와 고령자(13가구) 물량만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기본적인 공급량 확대는 물론 청약대상별 공급계획도 세분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행복주택이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이 타깃인만큼 좀더 세밀한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본부장은 "주거실태현황을 보면 청년 중에서도 대학생이나 미혼 청년들이 훨씬 심각한데도 국토부에서는 신혼부부와 미혼청년가구를 6대 4의 비율로 청년주거정책을 계획한다"며 "행복주택으로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청년 주거수당 지급 등 다양한 방면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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