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북한과 시리아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 예측하기 어려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국 증시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200일 이동평균선 위로 올랐다. 장중 16.22까지 오르기도 했으며, 15.96으로 마감했다. 이번 주에만 20% 가량 상승했다.
이를 두고 UBS의 아트 캐신 애널리스트는 "부활절 연휴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금융시장은 '성금요일'을 맞아 14일 휴장한다. BTIG의 수석 기술분석 전략가 케이티 스탁톤 역시 "VIX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고 상승세를 확인하면서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월가 투자자들이 '변동성'에 베팅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시리아 폭격, 프랑스 대선, 북한을 향해 연일 계속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미국 국방부가 아프가니스탄 IS(이슬람국가) 조직원들이 은신하고 있는 지역에 핵폭탄을 제외한 가장 강력한 폭탄을 떨어뜨리면서 변동성지수는 더 올랐다.
보통 지정학적 위험이 VIX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인 경우가 많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더해지면서 시장이 주목하는 모습이다.
월가는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 관망세로 대응하고 있지만 경제지표들의 상황은 정반대다. 소비심리, 고용 등 경제 상황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4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잠정치는 전달 96.9에서 98.0으로 올랐다. 전문가 예상치인 96.0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4월 기대지수는 86.5에서 86.9로 소폭 올랐다. 이 지수를 만들기 위한 설문조사에서는 보통 요즘 경기가 어떤지, 앞으로 경기가 좀 나아질 것 같은지 등을 묻는다. 지수가 높아졌다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전보다 커졌다는 의미다. 향후 경기에 대한 선행지표가 낙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고용지표도 개선세다. 지난 4월8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는 감소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1000명 감소한 23만4000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의 기대감과 고용시장이 실제 상황에 반영되는지 여부에 따라 경제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경제 상황에 대한 기대감이 단순히 '기대'로만 끝났을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기에 대해 낙관론을 내세우는 국민들의 상당수가 트럼프 지지자, 실제로 소비가 많지 않은 계층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월가에서도 다른 시각은 있다. VIX 지수는 실제보다 높게 움직이기 때문에 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망이다. 파이퍼 재프레이의 크레이그 존슨 기술적 분석가는 "VIX 지수가 200일 이동 평균을 웃돈 지난 네번의 경우를 살펴보면, 그 다음 주에 주가가 2.6%, 13주가 지난 후에는 6.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VIX 지수가 오르는 것은 오히려 낙관적 지표로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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