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무재조정 협상 평행선…산은, 국민연금 제안 거절…시장은 사실상 '사전회생계획안' 대비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강구귀 기자] "양보할 여지가 없다"(KDB산업은행) VS "추가 감자, 출자전환 가격 조정 등을 더 내놔라"(국민연금공단).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협상을 놓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벼랑끝 대치 상태다.
산은은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에 더이상 양보할 여지가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에 맞서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에서 논의는 해보겠지만 아직 일정은 없다"며 장고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기관의 양보 없는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선 사실상 'P플랜(Pre-packaged Planㆍ사전회생계획안제도)' 대비에 들어갔다.
◆전방위 압박하는 산은 = 산은은 국민연금에 '자율적 구조조정'과 'P플랜(Pre-packaged Planㆍ사전회생계획안제도)' 중 양자택일 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이미 산은은 국민연금 측에 한국수출입은행의 영구채 금리를 3%에서 1%로 낮추고, 우선상환권을 만기 연장 회사채에 부여한다는 제안을 마지막 카드로 제시한 바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0일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추진방안 설명회에서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 수은 영구채 금리 인하, 회사채 투자자들에 우선상환권 부여"라며 "(국민연금의 요구 등) 전체적인 채무재조정 방안을 조정하면 중심이 흔들린다. 그것은 맞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청산시 오히려 국민연금이 더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입장까지 표명했다. 채무재조정에 반대할 경우 회사채ㆍCP(기업어음) 투자자들은 1조5000억원 중 1조4011억원의 손실을 입어 회수율이 6.6%(989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P플랜시 예상되는 회수율도 10%(1500억원)라고 했다. 이는 자율적 구조조정시 회수율 50%(7500억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정용석 산은 구조조정 담당 부행장은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은 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산은, 수은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해 이익을 취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오는 17∼18일 사채권자 집회 중 어느 한 회차라도 부결되면 21일 께 P플랜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민연금의 대안은 = 산은의 최후 통첩에 대한 결정을 쉽게 할 수 없다는 게 국민연금의 공식 입장이다. 산은은 국민연금의 요구사안인 ▲4월 회사채 우선상환 ▲회사채 원금의 일부 상환 또는 상환 보증▲출자전환 비율과 전환 가액 조정 등을 모두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국민연금은 당초 10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고 11일까지 최종 입장을 정리하기로 한 일정을 미뤘다. 국민연금이 12~14일까지 투자위원회 개최를 늦춘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산은이)투자자에 대한 보호없이 무조건 채무재조정에 응하라는 것은 앞으로 회사채 관련 금융당국, 산업전망 등에 불신을 주는 행위"라며 산은 등 금융당국에 적대감을 표명했다.
◆기관투자자도 부정적 기류 = 다른 기관투자자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다. 산은이 전날 설명회에서 공개한 대우조선해양 분석ㆍ가정수치를 여전히 못 믿겠다는 것이다. 산은은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의 지난해 9월 기준에 근거해 대우조선의 신규수주 전망이 ▲2017년 20억달러▲2018년 54억달러▲2019~2021년 72억~79억달러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클락슨이 발표한 '2017~2029년 조선 발주 전망'보고서를 보면 내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9월 전망치(2950만 CGT)보다 13.2% 줄어든 2560만CGT에 불과하다. 산은이 제시한 클락슨 자료가 실제 클락슨이 발표한 자료와 차이가 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산은이 오는 2019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수주가 개선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는데, 근거가 불확실하다"며 "산은이 핵심적인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 채무재조정에 응할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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