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검찰이 구치소를 찾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사이 '비선실세'이자 박 전 대통령의 40년지기인 최순실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4일 오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최씨의 뇌물수수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최씨는 공판에서 "특검이 팩트를 정해 놓고, 뇌물죄를 정해 놓고 진술을 요구했다"면서 "저는 큰 회사를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의 경영이나 지배구조는 알지도 못해 진술을 거부했다. 특검이 뇌물 프레임을 가져다 놓고 조사하니깐 너무 억울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제가 아무리 대통령 옆에 있다고 해도, 재벌 이름은 알지만 보지도 못했다"면서 "언어폭력적이고 인간 아닌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어 "대한민국은 법치주의가 안 됐고 저는 죽고 싶어서 죽으려고도 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 등과) 공모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독일 현지법인 비덱스포츠와 213억원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16억2800만원의 후원금을 받는 한편 미르ㆍK스포츠재단에에 대한 출연금 204억원을 받아낸 혐의로 최씨를 기소했다.
최씨는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ODA) 과정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려하고, 미얀마 대사 및 코이카 사장 임명, KEB하나은행 본부장 승진 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9시20분께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해 오전 10시께부터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달 21일 박 전 대통령을 신문한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을 이날 조사에 투입했다. 이원석 특수1부장은 동행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유영하 변호사가 조사에 동석했다.
서울구치소는 조사에 대비해 책상 등 각종 집기가 갖춰진 별도의 방을 마련했다.
검찰이 구치소에 갇힌 전직 대통령을 '방문조사'한 건 21년 만이다. 검찰은 1995년 11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을 각각 8차례ㆍ4차례 방문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 내용을 검토해 추가 방문조사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당초 검찰은 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박 전 대통령 측에 통보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심리적 상황과 경호문제 등을 이유로 하루 뒤인 이날 구치소에서 조사를 받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접이식 매트리스, 관물대, TV, 1인용 책상 겸 밥상 등이 있는 10.6㎡(3.2평) 넓이 독거실에서 지내고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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