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뉴욕의 명소 그랜드센트럴터미널. 하루 이용객만 25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차역인 이곳에서 지난달 '재팬 위크(Japan Week)'라는 행사가 열렸다. 일본문화에 관심이 있는 뉴욕 시민들은 물론이고 우연히 이곳을 들른 관광객들까지 인산인해였다.
이 행사의 목적은 일본으로 향하는 값싼 항공티켓과 여행상품을 파는 것이었지만 일본 특유의 모래정원과 벚꽃, 애니메이션, 게임들로 행인들을 붙잡았다. 이미 이 행사는 뉴욕에서 여섯 번째 열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4월이면 벚꽃으로 인파가 가득한 뉴욕 브루클린 보태닉 가든에서는 일본의 전통행사 '마츠리'가 열린다. 뉴욕의 벚꽃에서도 일본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했다.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혹시 브루클린 마츠리에 같이 가보지 않겠냐.", "일본여행을 하며 한국을 잠깐 경유할 생각인데 한국에선 무엇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냉정히 봤을 때 매력적인 여행지들은 곧 콘텐츠를 확보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적인 관광지인 뉴욕도 여행 콘텐츠 개발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최근 뉴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나타난 관광객 감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관광객들로 북적였던 5번가 티파니 플래그십스토어는 지난해 4분기 급격한 실적 감소를 겪었다. 근처 트럼프타워가 보안을 강화하면서 매장을 방문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뉴욕시는 아이디어를 냈다. 경비가 삼엄한 트럼프타워조차 관광 명소로 만드는 모습이다. 성 패트릭스데이를 맞아 행진하는 길을 설명하는 공식 사이트에는 '그 유명한 트럼프 타워를 행진 행렬이 직접 지나갑니다'라는 설명을 써 두기도 했다. 사소한 이슈, 문제라도 콘텐츠로 연결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모습들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떨까.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큰 홍보 수단이 있음에도 아직까지 확실히 해외 관광객들에게 매력발산을 하지는 못 하고 있다. "강원도의 먹거리, 볼거리를 적극 소개하겠다"는 말로는 그 비싼 비행기 값을 지불하기 위해 선뜻 지갑을 열 것 같지 않다. 케이팝(K-pop) 팬들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평창에서 몇 번 콘서트를 연다고 해서 그들이 강원도를 찾을지도 의문이다.
모두들 한국을 궁금해 하면서도, 막상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진 않는다.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할만한 그 무언가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기초부터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평창올림픽은 이제 10개월을 남겨뒀고, 이제 막 해외 홍보를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적자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전에 어떤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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