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글로벌워치]홍콩 행정장관 선거 취재記

시계아이콘01분 28초 소요

[글로벌워치]홍콩 행정장관 선거 취재記 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AD


흔히 '선거는 민심의 거울'이라고 한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통하지 않는 공식이라는 걸 직접 목격했다. 지난 주말 홍콩 제5대 행정장관 선거 현장에서 민심을 거스른 여성 후보가 당당히 수반에 오르는 걸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했다. 홍콩의 최고 통치자인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는 2000명의 선거인단 간접 투표로 이뤄지는 탓이 큰데, 사실 진짜 이유는 '중국'이라는 거대 벽이 버티고 있어서다.

홍콩 시민은 우리나라의 대통령 격인 행정장관을 제 손으로 뽑을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산다. 155년 동안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홍콩이 중국 영토로 반환된 지 꼬박 20년이 된 올해 선거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간선제라고 해서 결과가 민심과 늘 다를 이유는 없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간택한 인물이 홍콩 민심과 역주행할 가능성이 다분히 높을 뿐이다.


'체육관 선거'라는 안팎의 조롱 속에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강경 친중파 캐리 람의 압승이었다. 홍콩 시민에게 '우산혁명' 트라우마를 강하게 안긴 캐리 람은 생각보다도 더 인기가 없었지만 보란 듯 777표를 얻어 승리했다. 정확히는 중국 정부가 홍콩 민심을 이긴 셈이다.

홍콩 시민단체가 6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가상 투표에서 캐리 람을 '반대한다'는 응답은 무려 96.1%에 달했다. '지지한다'는 1.5%에 불과했다. 반면 온건 친중파로 분류된 경쟁 후보 존 창은 지지 응답률이 91.9%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민심은 확실히 존 창으로 향했지만 그는 캐리 람의 절반에 못 미치는 득표로 낙선했다. 선거를 앞두고 범민주 세력의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져 존 창의 대역전극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중국이라는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홍콩 시민 대다수는 캐리 람을 '렁춘잉 2호'라고 부른다. 전임 행정수반인 렁춘잉의 정무적 무능을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비아냥이다. 홍콩에서 만난 홍콩대 남학생은 "캐리 람은 홍콩 행정수반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자신감이 과도해 절차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고 홍콩과 중국의 권리가 충돌할 때 어떤 입장을 취할 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투표권이 없다지만 국민의 절대 다수가 꺼리는 대통령은 상상하기 어렵다. 탄핵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콘크리트 지지 세력을 오래 안고 갔다. 이를 두고 홍콩에서 만난 한 시민은 "오랜 기간 식민 지배 후유증으로 능동적이 아닌 수동적 사고와 행동이 몸에 배인 탓이 크다"고 토로했다.


홍콩 시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들끓는 열망은 2014년 우산혁명을 통해 전 세계에 각인됐다. 79일짜리 반쪽 혁명으로 그쳤지만 중국이 포장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나라 두 개의 제도)' 허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로 향하는 들불이 확산 가능한가는 홍콩 시민조차 의구심을 품고 있다. 당장의 생계 걱정, 특히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그들에게 정치 참여는 무의미한 현실이었다. 그나마 희망은 젊은 세대의 사고가 진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캐리 람이 향후 5년 간 홍콩의 내부 분열을 어떻게 봉합해나갈지 개인적 관심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