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정부의 발전 공기업 상장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당초 지난달까지 첫 번째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려 했으나 신청은커녕 아직 대상 기업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력을 판매하는 한국전력(한전)과 전력 생산 자회사들 간 수익을 배분하는 기준인 ‘정산조정계수’가 걸림돌이다. 또 넷마블을 비롯한 대형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추진되고 있으며,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상장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등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4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 실사와 거래소의 컨설팅을 거치면서 정산조정계수 등 불확실한 부분들을 해소하는 것이 성공적 상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돼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정산조정계수가 올라가면 발전 자회사 이익이 늘고, 내려가면 반대로 한전의 이익이 늘어난다. 전기요금의 과도한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인데 발전 공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전력이라는 상품을 많이 생산해도 이 계수에 따라 그만큼의 이익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개 에너지 공공기관을 상장키로 하고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중 한 곳을 올해 상반기에 우선 상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까지 어느 발전사를 우선 상장할지 정하고 3월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겠다던 계획은 이미 물거품이 됐다. 남동발전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이며, 동서발전의 경우 대표주관사 한국투자증권, 공동주관사 신한금융투자다.
한국거래소는 발전 공기업 상장을 올해 역점 사업으로 삼아 신청이 들어오면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최대한 신속히 심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대형 IPO와 같이 묻혀가서는 곤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넷마블이나 ING생명 등이 상장되면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할 것 같다. 상반기에 발전 공기업들을 상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보다 성공적 상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발전 공기업들의 지분 30%를 상장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하지만 민영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사실상 공공기관의 30%를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라며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에서 기재부가 발전사 주식상장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공공기관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박근혜 적폐세력의 또 다른 ‘알박기’”라고 주장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발전 공기업의 주식 상장은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국부 유출의 우려가 있는만큼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로 석탄화력발전소가 꼽히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더해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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