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지금까지 토론은 다리 묶고 팔 묶고 주먹만 쓰는 권투 같았다. 도전자 입장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게임이었다. 오늘 토론 정도는 자유롭게 다른 후보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설계되어 있어서 그런대로 괜찮은 방식이었다. 이전까지 토론은 시간 낭비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3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마지막 토론을 마친 뒤 이재명 후보가 말한 소감이었다. 이 후보가 이날 '괜찮았다'고 평가한 토론은 사실 이전의 토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토론시간이 2시간으로 이전 토론회보다 시간이 약간 늘어났다. 또 경쟁후보자와 자신이 생각하는 정책에 대해 4분간 설명한 뒤, 다른 후보 3명과 각각 2분 이내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는 방식이 추가됐다. 결국 16분간 후보의 한 정책 또는 정치 비전을 두고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 후보는 이 부분을 의미 있게 평가한 것이다. 역으로 보자면 이전의 토론회는 이마저도 없이 형식적으로 진행된 성격이 컸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민주당 토론회는 그동안 방송국과 지역을 바꿔가며 열렸지만, 토론 내용은 대부분 도돌이표처럼 겉돌았다. 한정된 시간에 방대한 국정과제와 현안, 과거 검증 등을 다루다보니 차별화가 힘들었다.사전에 준비한 답을 앵무새처럼 읊어도 무난히 넘어가는 토론회였다.
후보자 상호토론을 보장하기 위해 5분에서 7분 정도의 주도권 토론이 진행됐지만, 항상 이야기하다 만 느낌이었다. 시간 자체가 턱없이 짧은 데다, 모든 후보자를 상대로 질의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를 겪으면서 대선 후보자의 자질을 토론회에서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왔다. 판에 박은 듯한 형식적인 토론회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11차례의 토론회를 했다면, 토론회마다 형식을 달리하고 일자리, 복지, 정치개혁 등 주제를 바꿔가며 치열하게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후보자 한 명을 두고서 전문 패널이 돌아가면서 검증할 수도 있다. 애초 민주당에서는 다양한 후보 검증 기회를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토론회를 답습하는 수준에 그쳤다.
내용없이 화려한 언변으로 포장하거나 참모들이 만들어준 정답만 반복하는 후보와 준비된 후보를 차별화 할 토론 무대가 절실하다. 그래야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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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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