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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틴헤드' 이보 반 호브…"신념과 순응, 존재론적 질문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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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 반 호브 연출작 '파운틴헤드'…3월31일~4월2일 LG아트센터

'파운틴헤드' 이보 반 호브…"신념과 순응, 존재론적 질문 담아" '파운틴헤드' 연출가 이보 반 호브가 3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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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예술가로서 이상을 좇아야 하는지 아니면 관객이나 상황에 순응해야 하는지 늘 선택의 연속입니다. 소설에서는 로크(이상을 좇는 등장인물)의 손을 들어주지만 제 작품에선 양쪽 입장을 모두 보여주고 싶어요."

벨기에 출신의 연출가 이보 반 호브(59)가 네덜란드 레퍼토리 극단 토닐그룹 암스테르담(TA)과 함께 연극 '파운틴헤드(The Fountainhead)'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파운틴헤드' 한국공연을 앞두고 내한한 호브는 30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암스테르담이 아닌 여러 도시에서 공연하는 것은 작품의 완결성과는 별개의 기쁨"이라고 소감을 말한 뒤, "파운틴헤드는 삶의 선택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이 담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파운틴헤드'는 31일부터 4월2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그는 지난 2012년 같은 무대에 오른 '오프닝 나이트(Opening Night)'를 통해 영화와 연극,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을 보여줬다. 그가 직접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브는 세계 연극계에서 가장 중요한 연출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2006년 셰익스피어의 3개 작품을 엮은 '로마 비극'으로 주목받은 뒤 2014년 영국 영 빅 씨어터와 함께 제작한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급부상했다. 아서 밀러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2015년 영국 최고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 시상식에서 최고연출상과 작품상을, 이듬해에는 미국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고연출상과 작품상을 그에게 안겨줬다.


이번에 선보이는 연극 '파운틴헤드'는 구소련 출신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아인 랜드(1905~1982)가 쓴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1943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지금까지 2500만부 이상 판매되며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호브는 "지인이 2007년 아인 랜드의 '파운틴헤드'를 내게 선물했다"면서 "표지를 펼쳐보니 '네게 주는 선물. 당장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지인의 친필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당시 그는 무려 7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원작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이야기에 담긴 철학에 매료돼 연극화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소설을 연극화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저작권을 얻는 데만 6년이 걸렸고 2014년 6월 암스테르담에서 초연된 후에는 원작자의 정치성이 문제가 되면서 작품까지 비판받았다. 호브는 "개인으로, 그리고 시민으로 아인 랜드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파운틴헤드는 그녀의 사상 그 이상을 담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연극의 배경은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며 더 높이 마천루를 세워 올리던 1920~1930년대 미국이다. 관습에 대한 순응, 다수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오직 자기만의 신념과 예술적 가치관에 따라 건축가로서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인물 '하워드 로크'의 삶을 그려낸다. 또 그와 대조적으로 사회적 평판과 성공에 매달리고 오로지 야망만을 좇으며 사는 건축가 '피터 키팅'이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치관이 다른 두 인물 사이의 긴장과 대립, 그리고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이 작품의 핵심 줄거리다.


여기에 생략과 과장 등 각색과 무대 연출력이 더해져 호브만의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호브는 창작의 본질과 예술적 진정성, 전통과 혁신, 예술가 개인의 자유의지와 이를 구속하는 집단주의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등 작품을 관통하는 심오한 철학적 질문들을 4시간이라는 러닝타임에 걸쳐 관객에게 던진다.


호브는 연출가로서 자신은 로크라는 인물에 더 가깝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 신념을 지키고 살아야 맞는지 아니면 사회적 요구에 맞춰 살아야 할지 각자의 몫"이라면서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잠깐이라도 고민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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