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劉 ,주도권 싸움 날선 공방…감정 대립 격화

"막말 후보다운 발언" VS "신뢰 회복이 먼저"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선출이 유력한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보수 진영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후보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을 펼치며 감정 대립으로까지 격화될 조짐이다.

유 후보 캠프의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논평에서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 게 TK(대구·경북) 정서'라는 홍 후보의 전날 발언에 대해 "과연 위법 행위로 재판 중에 있는 막말 후보다운 발언"이라며 "유 후보는 헌법과 국민을 배신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지 의원은 이어 "대통령이 그냥 꿈인 분,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려는지 설명이 없는 분, 단지 권력의지만 있는 분, 재판 중에 나오신걸 보니 그 의지는 인정한다"며 "그러나 그 안에 왜 출마했는지가 안 보인다. 막말 아닌 품격 있는 언어로 이것부터 먼저 설명해 주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양측의 공방은 유 후보가 불법정치자금수수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 후보의 대선후보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유 후보는 바른정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한국당 후보들이 상당히 문제가 있다"면서 "(홍 후보는) 대통령이 된 다음에 재판을 받으러 가는 그런 상황은 저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또 홍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도 "단일화를 한다면 민주당 후보가 되는 것보다 둘 중 누가 돼도 좋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홍 후보에 대해서는 제가 승복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고 지적했다. 후보단일화 논의에 앞서 홍 후보의 최대 약점을 지속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홍 후보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홍 후보는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후보는) 나한테 시비 걸지 말고 지역에 가서 신뢰 회복을 먼저 하도록 부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의 창당을 주도한 유 후보를 보수 진영의 '배신자' 프레임에 가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 후보는 또 "큰 물줄기가 잡히면 작은 물줄기는 따라오게 된다"며 "따라오지 않는 물줄기는 말라버린다"고 했다. 자신을 '큰 물줄기', 유 후보를 '작은 물줄기'에 비유해 유 후보보다 지지율이 앞선 자신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란 의미다. 낮은 지지율은 유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자강론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 후보는 유 후보가 단일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친박(친박근혜)계 인적 청산'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홍 후보는 "내가 만약 후보가 되면 이 당에 친박은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만 탄핵이 된 게 아니라 일부 양박(양아치 친박)도 정치적으로 탄핵됐다. 당헌·당규 절차대로 따라가면 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이 내세운 후보단일화의 원칙과 명분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만 보고 정치공학적으로 (후보단일화를) 하면 당이 어려워지니 시간과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게 보수 정치를 살리는 길이라는 주문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