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00원 떡볶이 무제한, 9900원 피자 무제한 등 가성비 내세운 '무한리필' 대세
삼겹살부터 사케까지…최근 1~2년 새 '무한' 등 내세운 업체들 급격히 늘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이용시간은 1시간30분이고 그릇에 원하시는 만큼 담아서 조리해드시면 됩니다."
지난 주말인 25일, 서울 시내의 한 무제한 뷔페형식의 한 떡볶이 전문점에는 10대 청소년을 비롯해 20대 대학생과 30대 초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줄을 서서 매장에 입장했다. 정해진 시간동안 무제한으로 떡볶이와 튀김, 오뎅 등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지갑 얇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매장은 1인당 가격이 성인 7900원, 학생은 6900원이다.
1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메뉴가 40~50가지에 이르다보니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덕분에 론칭 2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전국에 매장 100개가 넘는다.
최근 경기불황에 소비자들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외식업계에서는 가성비 대비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많은 뷔페 형식의 레스토랑이나 무한리필집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들도 속속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업체들만 그나마 살아남고 있다는 평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피자헛은 최근 피자 및 샐러드, 음료를 9900원에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피자 페스티벌'을 재개했다. 이 행사는 지금까지 누적고객 452만 명을 돌파한 피자헛의 대표 프로모션으로, 단돈 9900원에 피자헛의 인기 신메뉴를 비롯 베스트셀러 피자와 다양한 샐러드, 음료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어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피자 페스티벌은 점심은 물론 주중 저녁과 주말까지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점심은 9900원에 신메뉴 갈릭버터 쉬림프를 포함해 4종이 추가돼 총 9종의 피자를 1만3900원에 먹을 수 있다.
피자헛 뿐만 아니라 타업체들도 피자 뷔페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미스터피자는 2014년 이후 9900원짜리 피자 뷔페를 운영하고 있고 이랜드 외식사업부의 피자몰도 뷔페형식으로 바꿔 피자를 무제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외식업계는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주머니 사정이 얇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무한리필집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무한' 혹은 '리필','뷔페'를 내세운 곳은 20여개 브랜드에 달한다. 상호에 직접적으로 무한리필을 내세우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면 비슷한 성격의 외식 브랜드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부분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22개 브랜드 중 7개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난해 가맹사업에 등록된 브랜드들이고, 특히 7개 중에서도 3개 브랜드는 2015년에 생겨났다. 무제한으로 음식을 리필해 먹을 수 있는 외식 브랜드 22개 중 18개가 1~2년 새 생겨난 셈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82%에 달하는 수치다.
종류도 다양하다. 수년 전 무한리필집이 유행했을 때에는 삼겹살에 주로 한정돼있었지만 최근 생겨나는 무한리필집들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연어를 비롯해 닭갈비, 사케, 떡볶이, 장어, 감자탕, 샤브샤브 등 가지각색이다.
업계 관계자는 "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양한 무한리필집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불황 때마다 이런 트렌드는 반복되며 나타나곤 했는데 올해도 가성비가 외식업계 키워드가 될 것"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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