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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그후…]삼성은 왜 지주사 전환을 미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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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 상황서 복잡·민감한 사안 추진 어려워
콘트롤타워 미래전략실 해체…대관 업무도 마비
지주사 의결권 부활 방지 상법 개정 추진도 부담
오너 지배력 강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고려한 듯


[주총 그후…]삼성은 왜 지주사 전환을 미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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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지난 3월 24일 오전 9시 서울 서초 사옥 다목적홀 5층. 400여명의 주주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48기 정기 주주총회 개회를 알렸다.


이날 주주들의 관심은 지난해 11월 29일 삼성전자가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한 진행 현황이었다. 그 중에서도 지주 회사 전환 추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권 부회장이 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 구조 검토와 관련해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면서 "검토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하자 주주들은 술렁였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주총장 옆에 마련된 임시 기자실에서 주주총회 중계를 지켜보던 기자들의 손길도 권 부회장의 한마디 한마디를 빼놓지 않고 기록하느라 빠르게 움직였다. 권 부회장은 "모든 검토가 완료되는 대로 주주 여러분께 공지하겠다"며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72%(1만5000원) 내린 207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 지배구조와 관련있는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주가는 각각 7.27%, 8.47%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20일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랠리를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 미국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 하만 인수, 내달 출시하는 갤럭시S8과 함께 지주사 전환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은 당분간 어렵게 됐다.


◆높았던 기대감, 그러나…=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부터 순환 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정점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으로 꼽혔다.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의 불을 당긴 것은 미국계 헤지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였다. 지난해 10월 엘리엇은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할 것을 제안했으며 한달뒤인 11월29일 삼성전자는 "그동안 사업구조를 간결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으며,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해외증시 상장의 기대효과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전략, 운영, 재무, 법률, 세제 및 회계측면에서 다양하고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여러 단계에 걸친 장기간 검토 과정이 요구될 수 있다"며 "검토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오는 5월경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이와 관련,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CFO)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주사 전환은 그룹 이슈와 관계없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예정대로 차질없이 검토하고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 사장의 발언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며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그러나 주총 이후 당시 이상훈 사장의 발언은 그야말로 원론적인 대답이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미전실 해체·부정적 여론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29일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발표한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핵심이었던 지주사 전환을 보류한 것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그룹의 실질적인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총수가 없는 상태에서 그룹 지배구조라는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한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대관 기능마저 마비된 상태에서 복잡한 현안을 풀어야 하는 지주사 전환은 당장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높아진 상황이다. 지주회사 전환은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구조를 끊고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이지만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정치권에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에 불리한 방향으로 상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제한돼 있다. 기업을 지주회사(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주회사는 자사주 비율만큼 사업회사 지분을 갖게 되는데 이때 의결권이 살아난다. 지주회사는 손쉽게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야당은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을 막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5월 대선에서 야당이 당선될 경우 차기 정권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주 마법을 활용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여론의 비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겪으며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무리하게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또 한번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는 향후 실적 개선 전망에 따라 최고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고 주주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리하게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중단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해소,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 마무리를 위해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온 뒤 다시 추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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