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 당내 경선 독주 채비
책임당원 현장 투표가 변수
①당 경선보다 본선 준비
보수진영 껴안기, 중도 포옹
②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라
문재인 후보 측이 타깃
③보궐선거 회피
정치적 지지기반 유지, 道政 혼란 해소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독주 채비를 갖춘 홍준표 경남지사가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같은 보수진영의 후보들을 경쟁 상대로 삼기보다는 범보수 단일 후보를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대선 본선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홍 지사는 전날 발표된 2차 경선에서도 1차에 이어 큰 득표율 차이로 선두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해 사실상 독주에 나섰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덕분에 홍 지사 측에선 당내 경선보다 향후 보수ㆍ중도 진영 정당과 후보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질 연대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오는 31일 결과가 발표되는 한국당 최종 후보 선정에 치중하지 않고, 시선은 이미 대선 본선을 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쟁자들에 대한 험악한 입담도 잠시 멈췄다. 최근 친박(친박근혜) 김진태 의원을 가리켜 '걔', '애'라고 부르며 "애들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마라"고 했던 거친 언사도 거뒀다.
대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집요함은 오히려 배가됐다. 대세론이 거론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겨냥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법 자금 수수를 거론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적폐 청산을 내세운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모시던 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다시 끄집어내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겠다는 속셈이다. 이 밖에 홍 지사 측에선 문 전 대표를 향해 본격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홍 지사는 자신의 대선 출마로 도정이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보궐선거를 회피하는 전략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일 경남도 간부 회의에서 "내가 출마해도 보궐선거는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일종의 '꼼수'다 .홍 지사가 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인 4월9일 자정 직전에 사임 날짜를 명기한 사임원을 도의회 의장에게 제출하면, 경남도는 이튿날인 10일에야 도 선관위에 사임을 통지할 수 있다. 법정 사퇴 시한은 준수하면서도, 대선일인 5월9일의 30일 전인 4월9일까지 선관위에 사퇴서가 접수되지 않아 보궐선거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로 인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부지사 등이 대행체제를 이어갈 수 있다. 홍 지사 외에 다른 현직 지자체장에게 모두 해당되는 이 같은 꼼수는 지자체장의 출마로 지역 행정이 흔들린다는 비판 여론을 무마하고, 정치적 기반을 지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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