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유력 대선주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중국 기업의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돼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면서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정치적인 이슈로 번지고 있다.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조치로 한국ㆍ중국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유력 대선주자의 공개적인 반대 의사가 정상적인 금호타이어 매각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19일 트위터 등 SNS에서 금호타이어 중국매각 방안과 관련해 "호남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면서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의 우선 원칙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며 "공장이 떠나거나 규모를 줄이면 안된다. 어떤 특혜 논란도, 먹튀 논란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에 대한 사실상 반대 의사를 보인 것이다.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민주당 경선과 대선 본선에서 호남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인 발언으로 해석한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다른 야권 유력 대선 주자들도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채권단은 원칙에 따라 진행돼온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에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돼 추후에 불공정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발언으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만 더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문 전 대표가 드러내놓고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채권단도 곤란해졌다"고 말했다.
채권단 입장에서 보면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으로 제시한 조건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현재 이 보다 더 나은 조건에 팔 수 없다는 게 채권단 내부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으로 채권단에 9550억원을 제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선매수청구권에 없는 조항인 컨소시엄을 허락하는 특혜를 줄 수 없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더블스타의 매각제안 가격은 시가로 따져도 70~80%의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라며 "회사가 창출한 현금흐름이 동일 업종 기준 5배가 통상인데, 더블스타가 제시한 가격은 15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채권단은 박 회장에 대한 특혜를 줄 경우 글로벌 M&A 시장에서 진성매각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을 컨소시엄에 양도 할 수 없다'는 기조로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채권단은 20일 서면부의를 통해 박 회장이 구성하는 컨소시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양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채권단 75%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하는 만큼 안건 가결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33.7%), KDB산업은행(32.2%) 등 30%대 의결권을 보유한 곳 중 어느 한 곳이 반대하면 부결된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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