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미국의 금리인상은 당장 우리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신흥국 자본유출로 이어져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국 등 신흥국 비중이 절반이상인 우리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결국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따라 향후 파급력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 경제 불확실성만 더 커진 모습이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국이 3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對) 신흥국 수출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화 강세, 유가하락 등을 유발해 일부 업종에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신흥국의 금융불안과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한국수출품의 달러화 표시 가격이 내려간다. 수출 기업으로서는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생기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약 3000억원의 이득을 본 것이 일례다.
다만 석유화학, 자동차, 일반기계 등 유가와 신흥국 경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업종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신흥국 경제가 받는 타격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신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온 우리 수출기업에 고스란히 악영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총 수출 가운데 신흥국 수출비중은 지난해 기준 57.3%에 달한다.
회복세를 보여 온 우리 수출에도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 수출은 작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에도 플러스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무려 20.2% 급증하며 2012년2월 이후 5년 만에 최고 증가폭을 나타냈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인상을 통해 미국 경기가 개선되며 대미 수출은 늘어날 것이란 주장도 나오지만, 이 또한 미지수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 또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다. 한국무역협회는 "향후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전망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번 금리인상은 그간 계속 예상돼왔던 만큼 충격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미국이 횟수와 폭을 높여간다면 파급력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규모 자금이동을 촉발하는 것은 물론, 가계부채 부담을 지고 있는 우리 통화당국의 정책 딜레마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달러 부채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외환시장 동향 모니터링, 환변동보험 활용을 통한 환위험 헤지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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